누가 오심도 경기의 일부래? 볼 판정도 비디오판독 시대

  • 카드 발행 일시2023.08.03

한국야구위원회(KBO)가 7월20일 야구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끈 사항은 피치 클록(pitch clock)의 도입이었습니다. KBO는 매년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시도를 했으나 가시적인 효과는 없었습니다.

송재우 위원은 메이저리그에서 올해 처음 도입한 피치 클록을 KBO가 빠르게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칼럼 첫 회에서도 소개했지만, MLB에선 피치 클록 덕분에 30분 가까운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이번엔 조금 더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이야기합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수 있는 로봇 심판입니다. 현대사회에선 AI가 인간의 영역을 점차 대체해 가고 있습니다. 스포츠 역시 기계와 자동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로봇 심판은 어떻게 야구를 변화시킬지, 야구의 공정성은 회복될 수 있을지 함께 들여다보시죠.

 로봇 심판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날이 오면 심판 판정과 관련해 선수나 감독이 불만을 터뜨리는 장면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 모른다. AP=연합뉴스

로봇 심판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날이 오면 심판 판정과 관련해 선수나 감독이 불만을 터뜨리는 장면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 모른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싱글A에서 뛰고 있는 조원빈 선수와 잠시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근황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마이너리그에서 쓰고 있는 로봇 심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짜증이 난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타자들이 볼 판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심판에게 불만의 표현 내지는 강한 항의도 하는데, 이제는 심판에게 얘기를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헛헛한 웃음이 나왔다.

야구란 종목이 만들어진 이래 판정과 관련돼 가장 많은 논란이 된 건 스트라이크/볼 판정일 것이다. 선수,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 팬들까지 모든 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게 스트라이크 존이다. 당연하다.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속 150㎞를 넘나들고 상하좌우로 요동치는 투구를 100% 정확하게 판정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현재의 시스템이 유지되는 이상, 이런 모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1998년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 지미 윌리엄스(오른쪽 둘째)와 타자 존 발렌틴(왼쪽 둘째)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는 장면. 스트라이크-볼 판정 논란의 상징과도 같은 장면이다. AP=연합뉴스

1998년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 지미 윌리엄스(오른쪽 둘째)와 타자 존 발렌틴(왼쪽 둘째)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는 장면. 스트라이크-볼 판정 논란의 상징과도 같은 장면이다.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MLB)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2001년 도입된 퀘스텍(QuesTec)이 시발점이다. 팬에게 정보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심판 고과 평가에 사용했다. 이때는 투수들의 불만이 컸다. 퀘스텍을 의식한 심판들이 스트라이크존을 좁혀 손해를 본다는 거였다. 커트 실링은 2003년 퀘스텍 시스템 기계장비를 때려부수기도 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2007년엔 ‘PITCH f/x’란 투구 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미사일 추적 장치와 같은 원리로 작동해 투구 궤적을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구단은 물론 팬들에게도 모든 경기, 모든 투구를 공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08년 측정한 볼 판정 정확도는 겨우 81.3%였다. 5개 중 1개는 투수 또는 타자에게 손해를 안겼다. 2017년엔 카메라 기술까지 결합된 스탯 캐스트가 도입돼 더 정확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MLB의 대표적인 볼 판정 오심 사례  〈영상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