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분의 1 확률에 당했다, 박찬호 울린 3회초 ‘한만두’

  • 카드 발행 일시2023.07.20

야구는 기록의 경기라고 합니다. 어떤 형태든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스포츠는 찾기 힘들지만 야구처럼 세분화된 종목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특히 15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는 수많은 기록을 쌓아왔고,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수학·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방법)가 발전하고, 국내 팬들의 이해도도 높아졌습니다. 몇몇 구단은 타율 대신 OPS(장타율+출루율)를 경기장 전광판에 표기하기도 합니다.

최근엔 과학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기록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타구 추적 장치를 활용해 타구 속도와 각도를 분석, 장타 확률까지 계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MLB 중계방송을 보면 느린 그림과 함께 ‘안타 확률 4할, 홈런 확률 2할’이라는 식의 정확한 데이터가 제공됩니다.

야구도, 기록도 발전했지만 사라지지 않는 기록도 있습니다. 20세기 초반 기록이 대표적입니다. 과거엔 선발 로테이션이나 불펜 투수의 개념이 희박했습니다. 야구공의 반발력도 지금보다 떨어지는 ‘데드볼’ 시대라 장타가 적고, 정확한 타격이 칭송받는 시대였습니다.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의 주인공 사이 영(1890~1911년)의 통산 511승과 749 완투승, 월터 존슨(1907~27년)의 통산 110경기 완봉승 같은 기록이 대표적입니다. 타이 콥의 통산 타율 0.366(1905~1928년) 역시 깨지기 어렵습니다. 메이저리그를 빛낸 영원불멸의 기록은 무엇이 있을까요. 송재우 위원이 소개합니다.

1999년 4월 24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25년 가까이 흘렀건만 어떻게 이날을 잊을 수 있을까.

운이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나는 그날 이 경기를 집에서 TV를 통해 지켜봤다. LA 다저스의 선발 투수 박찬호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타선을 보기 좋게 요리해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운명의 3회 초.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믿기 힘든 사건(?)이 일어났다.

박찬호가 세인트루이스의 4번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에게 만루 홈런 두 개를 맞은 것이다. 그것도 같은 이닝에. 야구팬들 사이에 이른바 ‘한만두(한 이닝 만루홈런 두 개)’라고 불리는 바로 그 경기다.

 박찬호(등번호 61번)를 상대로 한 이닝 동안 두 번의 만루홈런을 때려낸 페르난도 타티스. 사진 MLB닷컴

박찬호(등번호 61번)를 상대로 한 이닝 동안 두 번의 만루홈런을 때려낸 페르난도 타티스. 사진 MLB닷컴

당시 경인방송 해설위원이었던 나는 그날 중계에 참여하지 않았다. ‘내가 해설자였다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절로 들면서 한편으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해설자 역시 선수 못지않게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김하성과 함께 뛰는 페르난도 타티스의 아들 타티스 주니어를 보면, 가끔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야구 통계 전문가 톰 탱고에 따르면 ‘한만두’가 나올 확률은 1200만 분의 1이라고 한다. 확률상으로는 69년에 한 번 정도 나올 법한 진기록이다. 그런데 같은 투수가 ‘한만두’를 허용한 경우는 아직까지 박찬호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처럼 진기록과 대기록을 지켜보고 추억하는 건 야구 팬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깨기 힘든 기록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