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 서귀포시 중문동 열녀문 중턱의 한 가옥에서 중학생 한 명과 초등학생 몇이 손수레를 끌고 길을 나섰다. 수레에는 한 말짜리 막걸리통 12개가 실려 있었다. 이들 중 중학생은 필자의 막내 외삼촌, 나머지 초등학생들은 나와 사촌 형들이었다. 목적지는 외가에서 왕복 3㎞ 거리의 천제연 폭포.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소년들이 꽤 먼 길을 나선 것은 곧 있을 작은 이모 혼례와 관련이 있다.
제주는 결혼 문화까지도 독특하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혼례식 날 잔치를 열었다. 하지만 기껏해야 신랑·신부 양 집안 중심으로 이웃과 하루 정도 배불리 먹고 마시는 잔치에 그쳤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반면 제주에서의 결혼식은 마을공동체 구성원이 거의 빠짐없이 참여하는 축제로 치렀다. 이번에는 이색적인 제주 결혼 문화를 소개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