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000개 신(神)이 활동하는 제주
65년 전인 1958년 무렵이다. 결혼하고 처음 시댁에 간 어머니는 너무 놀라 숨이 멎을 뻔했다고 했다. 마루 위 대들보나 기둥, 처마 밑에서 슬며시 나타나는 커다란 뱀을 보고서였다. 시댁은 제주도 서귀포시 예래 지역에 있었다. 당시 어머니가 살던 제주시내만 해도 뱀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시골이라 할 수 있는 시댁에 갔더니 뱀이 반겼다.
더 놀라운 건 시댁 식구 누구도 뱀을 위협하거나 죽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神)으로 떠받들었다. 시댁 어른들은 ‘분시’(분위기) 모르는 새댁, 어머니에게 뱀에 관한 금기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하나하나 일러주기까지 했다. 어머니가 시집가서 처음으로 겪은 문화충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