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잡는 날 먹으레 옵써” 제주 결혼식 7일간 이런 일

  • 카드 발행 일시2023.07.07

1970년대 초반, 서귀포시 중문동 열녀문 중턱의 한 가옥에서 중학생 한 명과 초등학생 몇이 손수레를 끌고 길을 나섰다. 수레에는 한 말짜리 막걸리통 12개가 실려 있었다. 이들 중 중학생은 필자의 막내 외삼촌, 나머지 초등학생들은 나와 사촌 형들이었다. 목적지는 외가에서 왕복 3㎞ 거리의 천제연 폭포.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소년들이 꽤 먼 길을 나선 것은 곧 있을 작은 이모 혼례와 관련이 있다.

1970년 초반 열린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진관훈 박사의 작은 이모 결혼식. 당시 제주 혼례는 가문 잔치로 마을사람을 불러 최소 사흘 동안 열렸다. 사진 진관훈 박사

1970년 초반 열린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진관훈 박사의 작은 이모 결혼식. 당시 제주 혼례는 가문 잔치로 마을사람을 불러 최소 사흘 동안 열렸다. 사진 진관훈 박사

제주는 결혼 문화까지도 독특하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혼례식 날 잔치를 열었다. 하지만 기껏해야 신랑·신부 양 집안 중심으로 이웃과 하루 정도 배불리 먹고 마시는 잔치에 그쳤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반면 제주에서의 결혼식은 마을공동체 구성원이 거의 빠짐없이 참여하는 축제로 치렀다. 이번에는 이색적인 제주 결혼 문화를 소개할까 한다.

7일 잔치, 첫날은 물 받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