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도 CCTV 보고 놀란다…‘태백 개냥이’ 형제의 케미

  • 카드 발행 일시2023.07.08

펫 톡톡

강원도 태백에서 우애 좋은 냥이 둘(랑이·10살 수컷, 콘이·6살 수컷)과 살고 있는 집사 김보연입니다.

제가 이렇게 사연을 쓰게 된 이유는 척수염을 이겨내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랑이 때문이에요. 랑이는 지난해 2월 발병 당시 오른쪽으로 편마비가 왔고 자가 배뇨도 어려웠어요. 의사 선생님도 척수염 범위가 여섯 마디나 넓게 퍼져 있는 데다 예후가 좋지 않은 병이라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라고 했죠. 전조 증상 없이 갑자기 누워서 버둥거리는 랑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도내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강릉과 원주를 오가며 치료를 받던 어느 날, 하지에 조금 감각이 돌아온 랑이가 스스로 베란다에 있는 화장실 쪽으로 기어가는 모습을 봤어요. ‘아… 우리 랑이가 저렇게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데 내가 울고 지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다잡았죠. 그렇게 1년 반 정도 약물 치료 끝에 랑이는 걷고, 조금씩 뛸 수 있게 되었어요. 지난달엔 랑이가 자기 뒷다리를 구부려 몸을 긁고 있지 뭐예요. 이 모습을 처음 발견한 아빠는 너무 기뻐하셨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랑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달력에 기념일처럼 적어뒀어요. ‘랑이가 뒷다리로 몸 긁은 날’이라고요.

랑이.

랑이.

콘이.

콘이.

사실 투병 중인 랑이의 우울한 마음은 동생 콘이가 치료해 주지 않았나 싶어요. 랑이가 아파서 못 움직일 때 콘이가 항상 형 곁을 지켜줬거든요. 잠도 항상 같이 자고 저와 부모님이 외부 일로 집을 비울 때 CCTV로 보면 꼭 붙어 있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어두웠던 랑이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고 지금의 랑이로 돌아올 수 있는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한편 요즘엔 랑이가 콘이를 살짝 부담스러워하기도 해요. 한결같이 형을 졸졸졸 따라다니는 콘이가 귀찮기도 한가 봐요. 이 모습을 보는 저는 마냥 귀엽기만 한데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