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게 아닌 몰살당한거다, 어느 원룸 ‘고양이 잔혹사’

  • 카드 발행 일시2023.07.04

문자로만 오간 의뢰인의 요청은 간단했다.

고양이가 죽었다.

“대소변도 쌓여 있는데 그런 방도 청소가 가능한가.
사정이 있어 집을 비우다 보니 방치 기간이 좀 오래된다.
악취가 심하고 구더기, 파리가 있을 텐데….”

요컨대 참혹한 현장이란 것이다, 그래도 가능한가를 의뢰인은 물었다.
내가 가는 현장은 참혹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니 가능했고 별생각 없이 응했다.
동물 배설물 청소와 사체 처리는 가끔씩 들어오는 의뢰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일이 생겨 집을 장기간 비우게 됐고, 돌아와 보니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어 있더라는 식이다.

2년 전 가을에 다녀온 현장 이야기다. 일정을 정하고 며칠 뒤 방문했다. 현장은 빌라 2층 원룸 형태의 방이었다. 잠깐 내부를 둘러보고 말문이 막혔다. 아니 숨부터 막혔다.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이 꼭꼭 닫혀 있었다. 밀폐된 방에선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찔렀다. 기침이 터지고 눈은 맵고 콧물이 줄줄 흘렀다. 이런 느낌은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 이후 처음이었다.

부랴부랴 일단 창문을 열어놓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숨을 참고 참다 깊이 들이마신 바깥 공기가 폐부 곳곳 분사되며 악취와 먼지를 청소하듯 쓸어내 주는 느낌이었다. 슬쩍 보다 얼른 도망쳐 나오는 통에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반려동물이 죽어 있더라는 청소 의뢰는 꽤 여러 번 받았다. 하지만 동물을 여러 마리 키우다가 죽은 곳은 처음이었다. 방치한 기간이 1년이라고 했다.

마스크를 고쳐 쓰고 다시 현장에 들어갔다. 창문을 열어놓았더니 그새 암모니아가 좀 날아갔는지 숨은 쉬어졌다. 베란다에는 배설물 흔적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