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새 아빠와 오빠 떠났다, 13평 아파트 두 번의 죽음

  • 카드 발행 일시2023.07.11

오래된 서민 아파트였다.
고인은 안방에서 돌아가신 걸로 확인됐다. 시신이 눕혀져 있던 흔적은 오래 방치될수록 선명하다.

안방 장롱의 문짝은 열려져 있었다.
“뭘 꺼내시려다 돌연사하셨나?”
하지만 아무리 봐도 장롱 안에서 찾을 만한 건 없어 보였다.

장례지도사와 유품정리사로서 수년의 경험 때문에 내게도 감히 고인의 사인을 추측할 수 있는 능력치가 쌓였다. 고인은 안방 장롱에 기댄 상태로 돌아가신 것이다. 아마도 장롱 옷걸이 거치대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충분히 짐작한다.

지난해 봄 그 현장, 의뢰인은 젊은 여성이었다.
“고인 분과 관계가 어떻게 되시나요?”
“딸이에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꽤 오랫동안 방치돼 특수청소와 유품 정리를 의뢰하고 싶다고 했다.
자세한 내막은 잘 묻지 않는다. 의뢰인도 굳이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현장에 가서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안다. 상처가 될 궁금증은 접어둔다.

아파트는 13평쯤 되는 공간이었다. 젊은 여성의 부친은 사후 일주일 이상 방치된 상태였다. 부패물이 장롱 밑까지 흘러들어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참 많은 짐이 가득 차 있었다. 고인이 오래 사셨던 집이었고, 또 오랫동안 정리도 않고 팽개친 공간이었다. 수년 전 고지서들부터 쓰레기까지 쌓이고 쌓여 굉장히 지저분했다.

정리·정돈이 전혀 돼 있지 않은 집 안은 가구 밑도 마찬가지였다. 이런저런 흔적을 보니 고인은 고양이를 키우셨던 것 같다. 가구 밑까지 물건들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고양이들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사소한 물건들을 갖고 장난치며 놀다가 결국 가구 밑으로 밀어 넣기 일쑤다. 지난 회에 다뤘던 그 일 때문에 더럭 겁이 나기도 했다. 혹시나 싶어 문자로 물어봤다.

“고양이를 키우셨던 것 같은데 안 보이네요. 혹시 죽었나요?”
“아니에요. 제가 데리고 있어요.”
키우던 동물이 함께 죽어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설마 했는데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