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죽음에 짜증내던 동생, 통장 발견되자 “잔액은요?”

  • 카드 발행 일시2023.07.18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아들 셋을 키워낸 어머니 이야기다.
아니, 그 어머니의 죽음 이후 삼형제의 이야기다.

아들 셋 다 장성해 큰아들은 외국에 나가 자리를 잡았고, 셋째 아들에게선 손주들도 봤다. 장가까지 보냈지만 곧 이혼해 혼자가 된 둘째가 좀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노쇠해진 어머니는 둘째와 함께 살기로 했다. 갖고 있던 집 한 채를 처분하고 몇천만원쯤 되는 예금까지 합쳐 둘째에게 미리 상속해 줬다. 외국에 나간 형님과 가족이 있는 막내 대신 둘째가 어머니를 부양하기로 하면서 생긴 일이다.

내가 알아낼 수 있었던 이야기는 이 정도뿐이었다. 그들이 자라오면서 겪은 일이나 사연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특수청소 의뢰를 해온 건 삼형제 중 막내였다. 어머니는 몇 해 전 돌아가셨고, 그 집에 혼자 살던 둘째 형이 고독사한 것이다.

“어머니 장례식 때 큰형이랑 제게 돈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한푼도 내놓지 않는다고 어찌나 사람 피를 말리던지.”

현장에서 만난 막내 동생의 눈빛은 싸늘했다. 고인에 대한 애도나 죄책감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치 귀찮은 일을 떠맡게 됐다는 식의 말투와 행동이었다. 몇 주는 방치됐던 현장인 듯 시신의 부패물이 가득했다. 어느 집이나 바닥이 고르지 않고 경사가 지게 마련이다. 부패물은 고인이 숨진 거실을 지나 안방까지 흘러들어가 동그랗게 고여 있는 상태였다. 바닥을 모두 뜯어내 세척해야 했지만, 고인의 동생은 큰 비용이 들어가는 작업은 꺼렸다. 의뢰인이 거절하면 난들 어찌할 도리가 없다. 제시한 비용에 맞춰 최대한 해줄 수 있는 부분까지만 할 뿐이다.

유품을 정리하는데 고인이 써놓은 일기장 같은 것을 발견했다.

"어머니를 혼자 모시고 사는데 내게만 모든 것을 맡겨놓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어머니 병원 비용도 줄곧 혼자 부담했는데, 장례식 비용까지 전부 떠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