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뇌인데 멀쩡했다, 그들의 ‘사후 부검’ 공통점

  • 카드 발행 일시2023.07.03

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카네맙과
움베르토 에코 산문집 『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

부모나 배우자가 치매 선고를 받는 순간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절망적일 겁니다. 병간호의 어려움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물론 고통스럽겠지만, 무엇보다도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모든 기억을 잊고 점점 더 어두운 심연으로 빠져들어가 마침내는 사랑하는 가족까지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는 두려움이 가장 크겠지요.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아직까지는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병원에서 치매 치료제라고 처방되는 약물은, 초기에 약간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조금 늦출 뿐입니다. 게다가 치매 환자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발병 원인마저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 덩어리(플라크)가 쌓여서 생긴다는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타우 단백질이 과인산화되어 신경계를 파괴한다는 타우 가설(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 싶으시죠?), 다양한 면역반응이나 산화 스트레스로 인한 염증 때문이라는 염증 가설, 금속이나 생물 독소 때문에 발생한다는 독소 가설 등등 온갖 가설이 21세기 최악의 불치병인 알츠하이머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됐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이론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짐작하려면, 마지막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언제 받았는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들(‘아리셉트’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도네페질’이 이에 해당합니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메만틴’이라는 성분의 치매약이 FDA 승인을 받은 것은 무려 20년 전인 2003년입니다. 그 후로 수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매달렸지만, 실패율이 99.9%에 달했지요.
일례로, 미국 회사 바이오젠과 일본의 에자이가 수년간 공동개발해 FDA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던 신약 아두카누맙(약품명 ‘아두헬름’)을 들 수 있습니다.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을 기반으로 개발된 이 약물은, 치매 증상의 치료 효과는 명확히 보이지 않고 뇌 안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제거하는 효능만 보인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연 3000만원에 달하는 약값, 고용량에서만 효과가 있다는 약점 등도 아두카누맙의 퇴출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매 치료제 연구를 중단할까요? 다행히, 그럴 일은 없을 듯합니다. 전 세계 65세 이상 노인의 6%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그 비율이 더 높아 약 9.5%의 노인이 치매 진단을 받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는 1억65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획기적인 신약을 개발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인지, 2023년 가장 기대되는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아두카누맙의 후속작으로 내놓은 ‘레카네맙’이 선정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약은 현재 FDA 자문위원회의 승인 권고를 받은 상태이며, 정식 승인 여부는 6일(현지시간)에 결정된다고 합니다.

오늘은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기대되는 ‘레카네맙’이 어떤 작용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기존 약물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치매 증상을 완화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알려진 비약물적 요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물론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해 드릴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