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면 ‘백남준’이 맞는다, 서정기의 특별한 ‘남산 집’

  • 카드 발행 일시2023.06.28

1980년대 후반,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그는 뉴욕한국문화원에서 한 전시를 보았다. 전시를 보기 위해 간 것도 아니었다. 같은 건물에 있던 한국영사관을 찾았다가 말 그대로 ‘우연히’ 전시를 맞닥뜨렸는데, 백남준(1932~2006)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이 거기 있었다.

“부처가 TV 모니터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앉아 있고, 화면엔 새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 게 보이는 작품(‘TV부처’)이었죠. 그때 정말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세상에, 이런 작품이 있다니!’. 백남준이라는 아티스트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처음으로 그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기왓장 하나라도 맘에 드는 것을 발견하면 용돈을 모아 반드시 사야 직성이 풀렸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백남준 작품이 ‘번쩍’하고 나타나 그를 한눈에 사로잡아버렸다. “속으로 제가 ‘언젠가 저 작가의 작품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죠.”

저택에서 백남준의 작품 '이메일'(왼쪽)과 '광합성' 앞에 선 서정기 패션 디자이너.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저택에서 백남준의 작품 '이메일'(왼쪽)과 '광합성' 앞에 선 서정기 패션 디자이너.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