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수천 마리와 산다, 멀쩡한 대기업 청년의 비극

  • 카드 발행 일시2023.06.20

‘히키코모리’라는 말을 언제부터 접하게 됐을까. 이웃나라에서 온 이 낯선 단어는 드문드문 뉴스나 영화를 통해 소개되며 그들 특유의 병리적 문화라고 여겨지더니, 어느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문제를 가리키는 용어가 됐다. 마치 감염병처럼 말이다. 이 낯선 일본말을 이젠 ‘은둔형 외톨이’라는 우리말로 바꿔 부르는 게 더 익숙해졌으니, 이 질병도 ‘토착화’ 단계에 접어든 것일까.

은둔형 외톨이들은 신체적 장애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정신적 문제로 집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경우가 많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외출만 하면서 거의 모든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낸다. 나는 직업적으로 이들의 삶을 접할 때가 많다 보니 8년 전 첫 책을 출간할 때부터 그 심각성을 인지해 왔다.

이 글에선 은둔형 외톨이들 중에서도 청년들의 경우를 말하고자 한다. 이들이 처음부터 은둔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상당히 많은 경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학교를 다녔고 군대 생활도 했으며 직업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에 만들어진 트라우마나 사회생활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를 집 안에 가두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의 집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과 상태가 달라져 간다.

은둔형 외톨이들은 집 안에서만 생활하기에 배달음식 위주로 끼니를 때운다. 밖에 나가는 것을 꺼리다 보니 내다 버리지 않은 쓰레기가 집 안에 가득하다.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바퀴벌레가 득실댄다. 바퀴가 꼬이기 시작하면 벌레의 천적인 거미가 등장한다. 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산속 폐가처럼 거미줄이 잔뜩 쳐진 집이 되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쓰레기집을 만들어 놓고 살아가는 청년들도 봤다. 이들 또한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니는 것일 뿐 심리적으론 큰 문제를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