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만 했는데 돌 날아온다…유대인의 그날, 그곳 가보니

  • 카드 발행 일시2023.04.01

㉗ 비가 와도 유대인이 우산을 펴지 않는 날

“혹시 안식일에 운전할 일이 있으면 조심하세요.”

예루살렘에서 만난 유대인이 내게 경고해주었다. 정통파 유대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갈 일이 있다면 반드시 명심하라고 했다.

“자칫하면 돌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안식일에 운전하는 걸 못마땅해할 수도 있거든요.”
“그럼 유대인은 안식일에 운전을 하지 않습니까?”
“안 합니다. 운전도 일이거든요. 유대인은 안식일에는 절대 일을 하지 않아요.”
“그럼 밥도 안 해 먹나요?”
“성경에는 ‘안식일에는 너희가 사는 곳 어디에서도 불을 피워서는 안 된다’(출애굽기 35장 3절)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음식은 하루 전에 이튿날 음식까지 미리 장만해 두지요. 안식일에는 요리하지 않고 먹기만 합니다. 안식일에는 비가 와도 우산을 펴지 않고요.”
“그럼 흠뻑 젖나요? 왜 그러는 거죠?”
“안식일에는 천막을 치는 일이 금지돼 있거든요. 그래서 우산도 펴지 않지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 앞에서 정통파 유대인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백성호 기자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 앞에서 정통파 유대인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백성호 기자

유대 민족은 오랜 세월 동안 떠돌아다닌 유목민이었다. 소 떼와 양 떼를 몰고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며 늘 천막을 쳤다. 새로 천막을 치고, 다시 천막을 걷는 일은 그들에게 집을 짓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한국 사람은 주말에 여행을 갑니다. 안식일은 일종의 주말인데, 안식일에 운전을 하지 못하면 유대인은 주말여행도 가지 않나요?”
“안식일에는 여행을 가지 않아요. 다들 집에 머물면서 쉬지요. 여행은 안식일에 가지 않고, 주로 여름휴가 때 갑니다.”
“만약 안식일에 차를 몰고 유대인 마을에 가면 어찌 됩니까?”
“돌을 던지는 유대인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유대인 마을 아파트에는 안식일에 주차장 출입구를 아예 봉쇄하는 곳도 있지요. 운전을 할 수 없도록 말이에요. 안식일에는 전기 스위치도 켜지 않아요. ‘불을 피우지 말라’라는 안식일 규정 때문이죠. 가스레인지의 불도 켜지 않고, 냉장고 문도 열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 버튼도 안식일에는 자동으로 층마다 섭니다.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더라도요.”
“왜 그렇게 안식일을 지키는 걸 중시합니까?”
“성서에 ‘안식일을 지키라’고 돼 있으니까요. 그것이 유대인이 하느님과 맺은 언약이기 때문이지요.”

유대교의 안식일은 금요일 해 질 녘부터 토요일 해 질 녘까지다. 그때는 귀밑머리를 감아서 길게 늘어뜨리고 검정 모자를 쓴 정통파 유대교인들이 오가는 모습을 예루살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구시가지의 ‘통곡의 벽’까지 걸어가 기도하는 정통파 유대교인들도 꽤 있었다. 안식일에도 성경을 읽거나 기도를 하는 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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