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 하워드 막스가 이끄는 헤지펀드 오크트리캐피털의 최근 1년 성적표입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1년은 약세장이었는데요. 이 기간 S&P500 지수는 6.5%, 나스닥은 12.2% 하락했죠. 마이너스 수익률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투자 구루들의 성과도 좋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도 -6.5%였으니까요.
이 와중에 막스는 무슨 수로, 플러스 그것도 30%에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었을까요. 그의 포트폴리오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누구나 아는, 그리고 2020년 이후 강세장을 이끈 성장주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건데요. 애플이고, 테슬라이고 없습니다. 애초에 정보기술(IT) 비중이 2.8%(2022년 4분기)밖에 안 됩니다. 참고로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IT의 비중은 41.9%(물론 애플이 거의 전부)에 달하죠.
[STEP1] 막스의 뚝심: TOP5 중 4개가 에너지 관련주
그럼 무엇으로 채웠을까요. 에너지와 운송 비중이 50%를 넘습니다. 막스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16.0%)은 TORM(티커 TRMD)입니다. 1889년 설립한 유럽 해운사인데요. 약 85척의 선단을 운영하는데 2021년 연결 기준 매출이 39억 달러(약 5조원) 정도인 중형급 회사입니다.

그래픽=김유경 kim.youkyung1@joongang.co.kr
해운사도 주로 뭘 실어 나르느냐에 따라 사업 모델이 제각각이죠. TORM은 주로 휘발유와 나프타, 디젤 및 제트 연료 등을 운송합니다. 오크트리와 TORM의 인연은 10년도 더 됐는데요. 최근 2년간 보유 지분은 약 5300만 주로 동일합니다. 믿고 사둔 이 종목, 그야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인데요.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로 다른 지역의 수요가 급등한 영향이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국내 해운사의 엄청난 실적을 보셨을 텐데요. 하늘길이든, 뱃길이든 일단 문제가 생기면 부르는 게 값입니다. TORM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보다 2배, 영업이익은 약 4배 증가했죠. 주가는 어땠을까요. 전쟁 직전 8달러대였던 주가는 35달러로 급등했습니다.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의 주가가 4배로 뛰었으니 사실상 TORM 한 종목으로 1년 농사를 다 지은 거죠. 많이 벌었으니 팔 만도 한데 적어도 지난해까진 그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그래픽=김유경 kim.youky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