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정리해고 시작됐다, 34년 만에 또 ‘볼커 그림자’

  • 카드 발행 일시2023.01.26

📈강남규의 머니 스토리  

모든 영웅 서사가 그렇듯이 주인공은 여러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폴 볼커(1927~2019)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마찬가지다. 요즘 그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란 얼굴을 하고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약 15년 전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 볼커는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바로 ‘금융규제의 화신’이란 얼굴이었다. 적어도 월가 투자은행가들의 눈엔 그렇게 비쳤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설득해 투자은행의 머니게임(자기자본 투자)을 제한하는 볼커 룰을 만들었다.

사실 볼커가 1980년대 중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갈등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가 금융규제 완화였다. 그 시절 볼커는 규제를 풀려는 레이건에게 반기를 들었다. 그 결과 1987년 그가 물러나고 앨런 그린스펀이 Fed 의장이 됐다.

볼커는 제3의 얼굴은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1971년 달러-금태환을 중단시킨 주인공이었다. ‘닉슨 쇼크’라고 불리는 역대급 사건이다. 볼커는 당시 재무부 차관으로 ‘금 1온스=35달러’ 체제를 허물고 변동환율제로 이행하는 계획을 주도했다. 인플레이션이란 악동을 우리 밖으로 꺼내놓은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