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까지 쌓인 쓰레기만 9t…집 치우자 들린 주인의 부고

  • 카드 발행 일시2022.11.15

며칠 전이었다. 아침에 아이 등원을 위해 외출하는 길에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의 집에 짐이 너무 많아 직접 정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간암 말기의 아버지는 호스피스 병동에 계신다고 했다.

20평 남짓한 빌라가 천장까지 짐으로 꽉 채워져 있다고 했다. 저장강박증이 아닐까…. 다음 날 방문한 현장은 예상대로였다. 하루에 작업을 마무리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내일까지 작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방 안에 칼을 포함한 흉기들이 많습니다. 작업할 때 조심하셔야 해요.”

의뢰인인 아들은 흔쾌히 납득했고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살고 있던 집안 모습.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살고 있던 집안 모습.

젊은 시절 사업에 크게 성공한 아버지의 삶은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사업은 급격히 기울었고, 10여 년 전 완전히 망한 뒤 아버지는 도망치듯 집을 나갔다. 이곳에서 혼자 살면서 아들과는 때때로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집에는 절대 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마음에 든 병도, 몸에 든 병도 숨기고 홀로 지냈다. 아버지는 아직 50대 후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