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었다. 아침에 아이 등원을 위해 외출하는 길에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의 집에 짐이 너무 많아 직접 정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간암 말기의 아버지는 호스피스 병동에 계신다고 했다.
20평 남짓한 빌라가 천장까지 짐으로 꽉 채워져 있다고 했다. 저장강박증이 아닐까…. 다음 날 방문한 현장은 예상대로였다. 하루에 작업을 마무리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내일까지 작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방 안에 칼을 포함한 흉기들이 많습니다. 작업할 때 조심하셔야 해요.”
의뢰인인 아들은 흔쾌히 납득했고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
젊은 시절 사업에 크게 성공한 아버지의 삶은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사업은 급격히 기울었고, 10여 년 전 완전히 망한 뒤 아버지는 도망치듯 집을 나갔다. 이곳에서 혼자 살면서 아들과는 때때로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집에는 절대 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마음에 든 병도, 몸에 든 병도 숨기고 홀로 지냈다. 아버지는 아직 50대 후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