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던 부모도 몰랐다, 어느 여름 아들의 고독사

  • 카드 발행 일시2022.11.08

해가 뜨겁게 타오르던 여름에 어느 젊은이의 의뢰를 받았다.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 형의 시신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했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혼자 살던 동생과 달리, 형은 부모님과 함께 거주 중이었다. 부모와 함께 살면서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고독사라니….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일은 종종 벌어지곤 한다. 이미 나는 자식들과 함께 살면서 고독사 한 어느 노인의 마지막 공간을 찾아간 적이 있다. 함께 살면서도 가족들은 수일이 지나도록 고인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전투경찰로 군 복무를 마친 고인은 취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시간은 속수무책으로 흐르는데, 좀처럼 목표에 닿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차츰 무너져 내렸다. 우울증이 깊어졌고, 치료를 위해 복용한 약 때문에 탈모 부작용이 발생했다. 점점 말수가 줄었고, 성격은 난폭해졌다. 하루, 이틀, 한 달, 1년…. 우울증은 수년간 이어졌고, 그는 스스로를 가두기 시작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는 두문불출했으며, 며칠씩 굶기도 예사였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고 원하지도 않았다.

부모도 지쳐갔다. 대화는커녕 갈등만 일으키는 아들을 도저히 어쩌지 못한 부모는 손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아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10년쯤 흘러 어느 날. 고인은 굳게 잠긴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였다. 언제나처럼 아들은 어둡고 적막한 방 안에 홀로 있는 듯했다. 부모는 설마 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으리라 상상치도 못했다.

부모는 아들을 지뢰처럼 가만히 두면 아무 일 없는 듯 조용히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킨 채 방에 틀어박혀 있던 아들은 시한폭탄처럼 극도로 위태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