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흔적 마구 짓밟았다, 아들 분노케 한 발자국 정체

  • 카드 발행 일시2022.10.25

지난 9월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를 여읜 어느 아들의 전화였다. 그는 홀로 지내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업체에 청소를 의뢰했는데, 너무 화가 났다며 내게 하소연을 했다. 그가 들려준 기나긴 사연은 이랬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신 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지냈다고 한다. 젊은 날엔 사는 게 바빠 아버지를 찾지 못했다. 나이를 먹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자신의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아버지가 떠올랐다. 날로 쇠약해지는 어머니를 보니, 더 연로한 아버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일하는 틈틈이 아내와 함께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아버지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동사무소에서도, 경찰에서도 본인의 동의 없이는 아버지의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 했다.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아 최근 주소지를 찾아가 봤지만, 재개발 공사가 한창인 동네는 이미 다른 곳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이 4년여. 몇 달 전부터 불안이 엄습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버지를 하루빨리 찾아야 할 것만 같았다. 왜 나쁜 예감을 틀리지 않는 걸까. 그에게 전해진 건 아버지의 부고. 무거운 죄책감이 마음을 짓누르고, 정신은 아득해졌다. 황망한 중에도 아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해야 했다.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업체에 아버지가 생의 마지막까지 홀로 살던 집의 청소를 의뢰했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아버지 집의 구조는 보통의 가정집과는 달랐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욕실과 거실 사이엔 단차가 있는데, 욕실이 더 높은 곳에 위치했다. 아버지의 시신이 발견된 곳도 화장실 앞이었다. 아마도 아버지는 욕실에서 나오다 미끄러지면서 벽에 머리를 부딪친 듯하다고 했다. 수일이 지나 발견된 아버지의 시신은 이미 부패가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시신을 수습한 자리엔 부패물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