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계단’ 오르자 또 지옥…이렇게 살아준 것만도 고맙다

  • 카드 발행 일시2022.10.18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계단을 보고 한숨이 먼저 나왔다. 지난 9월 14일 고독사 현장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사람 한 명 겨우 통과할 폭의 좁은 계단을 쉼 없이 오르고, 꺾어지는 곳에서 다시 새로운 계단을 오르고, 반복적으로 네모를 두 번쯤 크게 그릴 만큼 계단을 오르면 작은 골목이 생긴다. 그 골목을 지나가니 다시 계단.

집은 2층이었다. 계단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만큼 90도에 가까운 각도의 높은 계단이었다. 차라리 사다리라고 부르는 게 나을 정도였다. 현장 청소를 다니면서 무릎 꿇고 일하는 게 일상이다 보니 이렇게 높은 계단을 오를 때면 눈물이 찔끔 날 만큼 무릎이 아팠다. 삐걱삐걱 녹슨 기계 느낌도 나는 듯하고.

수많은 계단을 오르고 올라 그렇게 고독사 현장에 도착했다. 혼자 외롭게 떠난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도 잠시, 저 지옥 계단을 몇 번을 더 왕복해야 이곳의 짐을 모두 반출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사실 현장 대부분은 형편이 어려웠던 이들의 집이기에 비좁고 열악하다. 성인 남성 서너 명이 동시에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이기도 하고, 또 사람이 너무 많아도 일하면서 서로의 동선을 방해하기에 두 명이 일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 아, 너무 많은 사람이 우르르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일하면 아무래도 주변 이웃에게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집주인은 많은 인부가 오는 걸 꺼린다. 그래서 오늘도 둘이 왔는데 막상 와 보니 두 명쯤 더 데려왔어야 하나 후회된다.

하지만 금방 생각이 바뀐다. 인원이 는다는 건 그만큼 청소 비용이 늘어나 유가족이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서다. 물론 가끔씩 고인과는 다르게 형편이 꽤 좋은 유가족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가족은 형편이 고만고만하다.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도움 줄 형편이 되지 않기에 서로 연락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인지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은 고독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