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술 고통도 이기게 했다, 한밤까지 이어진 기적의 영상

  • 카드 발행 일시2022.10.21

나이가 들면 책과 멀어진다는 일반적인 속설을 나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허망한 이야기로 들린다. 이렇게 강하게 반박하는 이유는 으레 그렇다는 말투나 습관적인 반응이 싫어서다.

나이 80에 접어들면서 책을 20여 분 이상 들여다보면 눈앞에 살짝 안개가 낀다. 시야가 어슴푸레해져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도 그 책 속에서 발견한 한 문장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 때 안개가 사라진다. 마음의 기쁨이 육체적인 변화를 압도하는 경우가 독서의 경지에서 나타난다고 나는 믿는다.

중노년의 안과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환자에게 책을 멀리하라고 권하는 말을 나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틈틈이 독서하면서 정신적 여유를 관리하는 것이 노년의 고독을 치유하는 첫 번째 길이다. 독서도 요령을 알아야 즐겁다.

내가 12년 반 동안 줄기차게 참여해 온 광화문북클럽이 있다. 코로나 19 방역 기간 중 6개월을 빼고는 매달 마지막 월요일 저녁 꼬박꼬박 화상으로 회원들을 만난다. 순번대로 돌아가며 자기가 읽은 책 내용을 발표하고 긴 토론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대면 모임을 하기 위해 오가는 교통 이용 시간과 저녁을 해결하는 문제가 꽤 번거로웠다. 하지만 우리 회원들 모두 즐겁게 모였고 밤 늦게까지 책에 대해 토론했다. 서로가 좋아서 책을 받아들이는 기쁨이 커지고 늘 서로를 젊게 만들었다.

금융인, 법조인, 의료인, 출판인, 철학과 체육, 행정, 통일문제 전문가, 언론인, 중소기업인, 유엔아동기금 등 서로 다른 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회원들의 다양한 식견이 쏟아지면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제는 집에서 자유롭게 PC나 모바일로 참여하는 화상 모임이 자리 잡히면서 북클럽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