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피격도 목전서 봤다…죽음의 현장서 만든 ‘생사관’

  • 카드 발행 일시2022.10.14

보통사람들은 뜨악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고독사 준비 이야기를 내가 슬쩍 흘리면 주변 눈초리가 달라진다. 하긴 그들의 일상적인 생각과 15년 동안 삶과 죽음의 현장을 눈여겨본 나의 생사관이 결코 같을 수 없다. 나는 암 수술을 받고 나서 고독사에 더 순응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따지고 보면 그 뿌리는 종합병원 중환자실과 호스피스 병동 취재 경험, 그리고 내 가족이 겪어냈던 고통을 거쳐 더 깊이 현실에 박혀 있다.

죽음이라는 커다란 주제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 건 꽤 오래된 세월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국내외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중첩된 역사의 현장에서 나는 많은 것을 목격했다.

1974년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운명했을 때 나는 사건 기자로 현장 부근에 있었다.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자연의 섭리가 악운과 겹치면 저리도 서글프게 떠나는구나 하는 비감에 쌓였다. 그 다음 해 대만 장개석 총통이 사망했을 때 나는 대한민국 국회 조문단의수행 기자로 타이베이를 방문하면서 세기적 거물의 죽음과 마주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 측에서 활약한 4명의 지도자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1984년 인디라 간디 인도 총리가 시크교도 경호원의 총에 맞아 쓰러진 날 저녁 나는 뉴델리에 도착해 힌두교들과 시크교도들이 빚어낸 폭동을 취재했다. 사태가 가라앉으면서 진행된 간디 장례식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삶과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중첩되기 시작했다. 피라미드 식으로 쌓아 올린 백단향 더미 위에 간디의 시신이 놓였다. 후임 총리로 지명된 아들 라지브 간디가 나무에 불을 붙였다. 내가 앉아 있는 취재기자석에까지 나무 잿가루가 날아왔다. 불덩어리 속에서 사라지는 시신이 가물가물했다. 이틀 후 불길이 사그라진 화장터로 다시 갔다. 힌두 스님들이 깊은 침묵 속에서 유골을 수습하는 모습이 태곳적 인간의 환영으로 나타났다. 이어 잿더미 위에 암소에서 갓 짠 우유가 뿌려졌다. 그 액체는 대지의 어머니를 상징했다. 간디의 유골은 갠지스강과 히말라야산맥 등에 흩어져 날렸다. 내 몸으로 직접 체험했던 인도 거물 정치인의 자연 귀환이었다. 그 경건한 의식이 자주 꿈에 나타났다. 사람이 태어나 한세상을 살다가 어떤 모습으로 떠나는 게 좋을까를 곰곰 생각하게 됐다.

최철주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이 5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자택 거실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하교시간에 몰려 나오는 학생들을 지켜본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최철주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이 5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자택 거실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하교시간에 몰려 나오는 학생들을 지켜본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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