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의 오병이어…“남남이 만나 마음을 열었다”

  • 카드 발행 일시2022.10.11
② 정진석 추기경, 오병이어 기적을 어떻게 설명했을까

이스라엘 갈릴래아(갈릴리) 호수 바로 옆에 오병이어 교회가 있었다. 교회 안에서 한참이나 앉아 있었다. 그리고 고(故) 정진석 추기경과 주고받았던 문답이 떠올랐다.

정진석 추기경이 은퇴하기 전이었다. 나는 서울 명동에 있는 추기경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때 정 추기경에게 ‘오병이어 이적’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 어쩌면 난감해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정 추기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 눈에는 묵상으로 보였다. 정 추기경은 묵상의 끝자락에 입을 뗐다. 그것은 ‘예수의 빵’이 아니라 ‘예수의 뜻’에 무게를 싣는 답이었다.

정 추기경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 사이에는 ‘친밀도’가 있습니다. 가장 친밀한 이들이 가족입니다. 그다음에 학벌로 뭉친 이들, 이권을 위해 모인 사람들 등이 있지요. 그러면 친밀도가 가장 낮은 이들은 누구일까요? 시장에 모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서로 언제 볼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열지 않는 사이지요. 갈릴래아 호숫가 언덕에 모인 이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랬다. 예수 앞에 모인 수천 명의 군중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같은 부락에서 온 아주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들은 한번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사이였다. 그들 사이에는 끈적끈적한 연결 고리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모르는 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