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에게서 타이거 우즈의 향기가

  • 카드 발행 일시2022.10.10

골프 하다 보면 사람 성격 알게 된다. 스포츠 스타는 큰 대회에 나갔을 때 참모습을 알 수 있다.

2008년 베이힐 인비테이셔널에서 타이거 우즈가 8m 우승 퍼트를 성공시킨 후 기쁨에 겨워 모자를 집어 던지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는데 잠시 후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에게 ‘내 모자가 왜 저기에 있느냐’고 물었다.

목표에 집중해 다른 것은 기억도 할 수 없는 무아지경 속에서 경기한 것이다. 이런 고도의 집중 상태에서 어려운 일을 성취하면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데 그때 가장 멋진 버디 세리머니, 우승 세리머니가 나온다. 우즈가 가장 그걸 잘했다.

25일 열린 프레지던츠컵 사흘째 포섬 경기에서 김주형은 이경훈과 함께 스코티 셰플러, 샘 번스를 상대했다. 김주형은 10번 홀에서 약 3m가 넘는 버디 퍼트를 한 후 폭발했다.

공이 홀에 들어가기도 전에 버디를 확신하고 캐디에게 공을 가져오라고 했다. 2017년 조던 스피스가 디 오픈에서 우승할 때 그랬다. 캐디를 하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극도의 몰입 속에서 퍼트를 성공시켰을 때 아드레날린 분출과 함께 나오는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11번 홀은 더 강렬했다. 이 홀에서 김주형은 이글을 잡았는데 역시 퍼트한 후 공이 홀에 떨어지기도 전에 퍼터를 그린에 던져 두고 12번 홀로 이동했다. 타이거 우즈도 어려운 퍼트를 넣고 매우 흥분했을 때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오후 열린 포볼 경기에서 김주형은 김시우와 함께 잰더 셰플리-패트릭 캔틀리를 상대했다. 셰플리-캔틀리는 미국의 막강 조다. 둘은 이전에 함께 경기한 4번의 매치에서 평균 4홀 차로 승리했다. 전날 김주형에게도 이겼다.

김주형에겐 상관없었다. 김주형은 1번 홀에서 미국 관중들에게 소리를 더 지르라고 유도했다. 미국 해설자이자 미국 라이더컵 캡틴을 역임한 폴 에이징거마저 “김주형이 나의 새로운 최애 선수”라고 방송에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