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대통령의 ‘But(그러나) 화법’···노림수는 무엇일까

왜 그랬을까. 선거 이후 6일만에 나온 대통령의 육성 발언은 야당은 물론 좌파, 우파 구분 없이 모든 언론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여당 참패의 궁극적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걸었던 사과와 쇄신의 기대가 빗나간 것 때문일 것이다. 생중계된 모두 발언에 혹평이 쏟아지자 뒤늦게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대통령의 사과를 ‘통역’하는 일이 빚어졌다. 지난 번 의대 증원 대국민 담화 때의 재판이다.

중앙일보는 대통령 발언을 분석해서 “ ‘그러나·하지만’ 15번”을 1면 머릿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대통령은 정책방향이 옳았다는 내용을 하나하나 나열한 뒤 “그러나 모자랐다”를 반복했다. 전형적인 ‘But 화법’이다. 변명을 앞세운 조건부 사과다. 기업들이 공유하는 위기관리 교본은 사과의 3원칙으로 ‘신속하게, 변명을 빼고, 진심을 담으라’고 가르친다. 미적거리거나 조건부 사과는 진정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당장 매체들은 “국민 앞 아니라 비공개 자리서 ‘죄송’ 말했다는 대통령”(조선일보), “국정방향 옳다는 대통령, 그럼 국민이 바뀌어야 하나”(한겨레), “변화 의지 없는 윤 대통령,남은 3년도 국민과 싸울건가”(경향신문) 등 제목만 읽어도 알 수 있는 비판 사설을 쏟아냈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윤 대통령이나 스탭들이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의대증원 담화문 발표 해독 문제로 곤욕을 치른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우선, 상황을 오판할 수 있다. 탄핵선인 국회 200석은 지켰으니까. “이대로 3년 더 갈수 있다는 오만과 착각”이라는 한겨레 칼럼은 이런 오판의 가능성을 공격한다. 다른 가능성은, 이런 반응을 예상했을 것이라는 판단을 토대로 한다. 실수가 반복되면 고의요, 계획으로 인정될 수 있다. 대통령이 모두의 부정적 반응을 예상하고도 어제 생방송 모두 발언을 강행했다면, 노림수는 무엇이었을까. 오판이었는지, 노림수였는지,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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