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비선이 개입하면 될 일도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권 인사를 요직에 기용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로 소동이 일었다. 총리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신설될 정무특임장관에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를 지목했다. TV조선과 YTN이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박 전 장관은 MBC 문화부 기자 시절 윤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부터 미술전시기획을 하던 김건희 여사를 알고 지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3철 가운데 한 명인 양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에 추천했고, 2015년엔 총선 출마를 권유한 일도 있다고 한다.

총선에서 참패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야권 인사를 중용해 여야 협치를 도모할 만하다. 안철수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수 인사를 중용해 외환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당 정체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권성동 의원)이라며 부정적이고, 민주당에서도 “야당 파괴공작”(박지원 당선자)이라며 비판했다. 이 마당에 ‘정체성’을 고집하며 탕평인사를 반대하는 것은 위기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들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아이디어”(중앙일보 사설)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야당과 사전 협의가 없다는 점, 비선에서 추진한 정황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친여신문과 친야 신문 사이에도 비판하는 시각에서 미묘한 차이가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사건이 터지자, 노무현 정부 교육부총리였던 김병준 씨를 총리로 지명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야당과 협의 없이 기용하는 것이 협치 차원이라기보다 야권 분열을 노린 공작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진심이 담긴 검토라면 수순이 잘못됐다.

보도가 나온 지 4시간 만에 대통령실 공식 라인에서는 부인 보도자료를 냈다. 비서실 내 인사위원장인 이관섭 비서실장은 물론 정무·홍보수석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영부인 쪽을 의심하는 눈길이다. 혹시라도 그게 사실이라면 좋은 재료에 오물을 끼얹은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