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서천의 추억인가…여권은 반전이 급하다

한동훈이 다시 칼을 뽑았다. 일요일 오후에 두차례나 기자들을 만나 이종섭 호주 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조치를 요구했다. 모든 매체들이 이 대사의 “즉각 귀국”과 황 수석의 “스스로 거취 결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한 위원장의 요구를 1면에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유명 프로야구 선수 및 아동들과 방망이를 휘두르면서도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대신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익명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사안은 다르지만, 어디서 본 듯한 구도다. 여당 대표와 대통령실의 날 선 대결. 꼭 두달전에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언급에서 비롯된 ‘사천’논란이 급기야 한 위원장 사퇴 요구로 이어져 여권 전체가 공멸 위기감에 빠졌었다. 사태는 6일만에 충남 서천 전통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함께 타고 귀경하면서 봉합됐다. 결과는 대 반전이었다. 대통령과 맞선 여당대표의 야당심판론이 먹힌 반면 정권 심판론은 쑥 들어갔다. 야당의 공천파동까지 겹치면서 지지율 대역전이 일어났다. 당시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공방을 놓고 ‘약속 대련’(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선거가 3주 남짓 남은 지금 판세는 다시 뒤집어졌다. 특히 승부처인 서울에서 지난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결과 여당 지지율이 30%로 전주(45%)보다 15%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의힘은 물론 여권 전체가 다급해질 수 밖에 없다. 이번에도 반전이 가능할까. 두 달 전에 비해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두 사안이 대통령과 직결돼 정권심판론으로 바로 번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야당과 좌파 매체들은 대통령 책임을 직접 거론하고 있다. 한 위원장의 선공을 대통령이 어떻게 받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약속대련’이든 ‘불가피한 충돌’이든, 여권엔 반전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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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사 | 신나리·이상헌·권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