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치인의 사과는 진심인가

사과가 부족해 야단이다. 도맷값이 2배로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정치권에는 갑자기 사과가 많아졌다. 정치인은 평소 사과에 인색하다. 총선이 코앞이라 달라졌다. 사과에는 진심으로 반성하는 사과가 있고, 시늉만 하는 사과가 있다. 진심이 담긴 사과는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들의 사과는 어느 쪽일까.

황상무 대통령 시민사회수석은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 드린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국민의힘에서는 사퇴를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은 사실상 거부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최고위원(부산 수영)은 막말 논란에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맥락을 자른 보도”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리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도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가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을 사과했다. 그는 과거 노 전 대통령을 ‘유사 불량품’, ‘매국노’, ‘가면 쓴 미국인’이라고 비난했다. 18일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절을 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나 권양숙 여사는 만나지 않고 돌아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여러 공관위원이 양 후보에게 도덕성 최하점을 줬다고 했는데도 공천을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힘에 화살을 돌리며,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을 번복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류삼영 후보(서울 동작 을)가 다리를 들어 짓밟는 자세로 미소를 짓고, ‘나베를 밟아버릴 강력한 후보’, ‘냄비는 밟아야 제맛’이라는 문구를 단 포스터가 논란을 일으켰다. 저속한 여성 비하다. 그러자 류 후보 측은 자신들이 만든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사과를 요구한다. 그러나 권력자는 사과를 아낀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사과는 막는다. 선거는 그 모든 것을 결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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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