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누리호 발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누리호를 보며 헨리 8세를 생각합니다


발사대에 서 있는 누리호. [중앙포토]

제가 런던 특파원으로 있던 2013년 봄 영국에서 ‘메리 로즈(Mary Rose) 박물관’ 재개관이 주요 뉴스 중 하나였습니다. 이 박물관 리뉴얼 작업에 필요한 돈을 모은 찰스 왕세자가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항구 도시 포츠머스에 갈 일이 있던 차에 그 박물관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포츠머스는 런던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메리 로즈는 배 이름입니다. 1970년대에 포츠머스에서 2㎞ 정도 떨어진 해저에서 발견됐습니다. 16세기 중반에 침몰한 것으로 역사에 기록된 배가 형태를 유지한 채 잠들어 있던 것입니다. 이 배를 인양하자는 여론이 일었고, 찰스 왕세자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메리 로즈 재단’을 만들었습니다. 많은 돈과 기술이 인양 작업에 투입됐습니다. 약간의 충격에도 배가 크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첨단 기술이 동원됐습니다. 배는 1982년에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이후 옛 포츠머스 조선소 작업장에 놓였고, 그 자리에 체육관처럼 생긴 건물이 메리 로즈를 감싸는 형태로 박물관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배에 이토록 영국인들이 애착을 보이는 것은 희귀한 유물이어서만은 아닙니다. 이 배가 영국 부흥의 출발점과 연관돼 있기 때문입니다.

부인을 다섯 번 갈아치우고 그 과정에서 가톨릭 교회와의 연을 끊고 따로 국교(성공회)를 만든 ‘문제적’ 왕 헨리 8세는 15세기 말에 대형 범선을 만드는 국가적 사업을 벌였습니다. 당시의 영국은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에 비해 해양 후진국이었습니다. 배 만드는 기술 측면에서 이 나라들에 수십 년 뒤처져 있었습니다. 헨리 8세는 몰수한 가톨릭 교회 재산을 투입해 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포르투갈에서 기술자들을 데려왔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16세기 초까지 약 50척의 대형(길이 45∼50m 규모) 범선이 건조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박에 영국이 스페인에 맞먹는 해양 강국이 된 것은 아닙니다.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메리 로즈도 그 사례 중 하나입니다. 무리하게 개조를 한 탓에 스스로 균형을 잃어 침몰했습니다. 대포 공격을 받아 침몰한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헨리 8세가 공을 들이고, 그의 딸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투자를 이어가 영국의 배 건조 기술은 계속 발전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영국과 스페인은 1588년에 영불해협에서 일전을 벌였습니다. 약 130척의 군함으로 구성된 스페인의 ‘무적함대’와 영국 배 80척이 맞붙었습니다. 흔히 해적 출신 제독 드레이크의 화공(火攻) 덕분에 영국이 승리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당시 영국 배의 전투력이 스페인 군함에 버금갔다는 역사적 기록들이 있습니다. 

이 칼레해전이 벌어졌을 때 스페인은 대국이었고, 영국은 작은 섬나라에 불과했습니다. 국가 경제력의 차이가 6∼8배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이 싸움을 계기로 영국의 부흥이 시작됐고, 훗날 세계의 바다를 제패했습니다. 그 단초는 헨리 8세의 결단이었습니다. 메리 로즈는 비록 기술적 문제 때문에 600년간 바닷속에 있는 신세가 됐지만 영국인에게 위대한 역사의 상징입니다.

오늘 누리호 발사가 시도됩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를 우리 기술로 발사까지 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실패할 확률이 꽤 높다고 합니다.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합니다. 한 방에 성공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만약 실패한다 해도 좌절할 일이 아닙니다. 다시 하면 됩니다. 우리의 우주항공 기술은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에 비해 많이 모자라는 게 사실입니다. 과감한 도전이 나라의 운명을 바꿉니다. 하다 보면 역전의 날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헨리 8세와 엘리자베스 1세가 보여줬듯이 말입니다. 

누리호 발사 실험의 핵심을 정리한 기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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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rning's pick

1. “북한, SLBM 발사 능력 갖췄다”

 ‘20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ㆍ미 당국은 북한이 전날 신포 앞바다에서 고래급(2000t)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고래급 잠수함은 19일 저녁 신포의 기지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의 기사입니다. 북한이 실제로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처음으로 SLBM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군 당국이 판단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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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형석 교수가 보는 내년 대선

“문재인 정부가 이끌어온 방향을 그대로 연장하느냐, 아니면 자유민주주의로 방향을 바꾸느냐. 이게 첫 번째 포인트다. 두 번째 포인트도 있다. 정권을 위한 정치를 하느냐,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느냐. 이걸 기준으로 판단하면 되지 않겠나.” 101세의 김형석 명예교수가 말했습니다.   백성호 전문기자가 그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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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남의 또 다른 수상한 개발 사업

성남시 백현동의 한 아파트 단지도 요즘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 입주를 시작했지만, 현재 ‘동별 사용승인’이라는 입주를 위한 임시승인만 받은 상태입니다. 이 단지는 산을 거의 수직으로 깎아 조성했고 일부 동들은 높이 50m, 길이 300m에 달하는 거대 옹벽과 불과 10m 안팎의 거리에 있습니다. 현장 취재를 한 기자가 “소방차가 사다리를 펼 수 있는 공간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말합니다.   개발 특혜 의혹도 불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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