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1층까지 가려"···입주 넉달 지난 '옹벽 아파트'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2021.10.21 05:40

업데이트 2021.10.21 08:04

경기 성남시 백현동 구(舊)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지어진 아파트의 옹벽. 함종선 기자

경기 성남시 백현동 구(舊)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지어진 아파트의 옹벽. 함종선 기자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구(舊)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들어선 '판교 A아파트(전용면적 84~129㎡, 1223가구)'가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현재 '동별 사용승인'이라는 입주를 위한 임시승인만 받은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단지는 산을 거의 수직으로 깎아 조성했고 일부 동들은 높이 50m, 길이 300m에 달하는 거대 옹벽과 불과 10m 안팎의 거리에 있다. 소방차가 사다리차를 펼 수 있는 공간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곳은 서울 비행장 옆이라 고도제한 때문에 아파트를 일정 높이 이상 지을 수 없다. 따라서 사업자가 허가받은 용적률(316%)을 다 쓸 수 있게 땅을 깊게 파고 옹벽을 만든 것인데, 최병암 산림청장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런 옹벽을)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높고 긴 옹벽이다.

허가받은 건축물이 완공됐을 경우 건축주는 사용승인신청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해야 한다. 공동주택의 경우 이를 통과해야 입주가 가능하다. 성남시는 이 아파트 사업 주체가 낸 사용승인신청에 대해 옹벽과 거의 붙은 위치에 조성된 사우나, 도서관, 키즈카페 등의 주민편의시설을 제외한 주거용 건물(개별 동)에만 사용승인을 내줬다. 승인을 받지 못한 시설은 당연히 사용할 수 없다.

 20일 찾은 판교A아파트의 주민공동시설. 옹벽에 거의 붙은 위치에 조성된 이 시설은 사용승인문제로 문이 닫혀있다. 김원 기자

20일 찾은 판교A아파트의 주민공동시설. 옹벽에 거의 붙은 위치에 조성된 이 시설은 사용승인문제로 문이 닫혀있다. 김원 기자

성남시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이 아파트 옹벽의 안정성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남시 도시주택국 관계자는 20일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사업계획승인권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동별 사용승인'을 내릴 수 있다"며 "(옹벽의) 안전성을 확실히 검증하기 위해 시행사가 전문기관 두 곳(대한건축학회, 한국지반공법학회)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건축학회의 보고서를 우선 받아 검토했는데, 안전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일부 보완사항이 있어 추가 검증을 요청한 상황이다. 이후 다른 기관의 결과까지 받아본 뒤 사용승인에 대한 결론을 지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시행사인 아시아디벨로퍼는 "성남시의 요구에 따라 우리가 업체를 선정해 안정성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준공허가를 빨리 내주지 않는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현동 식품 연구원 부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현동 식품 연구원 부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부 시설의 사용승인이 늦어지자 입주민들은 성남시에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입주를 시작한 지 몇달 지났지만 어수선한 상황"이라며 "옹벽 문제로 사용승인이 미뤄지다 보니 불안해하는 입주민도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11층까지 옹벽에 가려진다"고 말했다. 주민 안전을 위해 애초에 전체 단지에 대한 사용승인신청을 반려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설계와 시공에 참여한 기술자들이 안전하다고 확인을 했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감사원 감사 청구까지 들어간 상황이라 재검증을 하는 차원"이라며 "안전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동별 사용승인도 안 났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아파트는 대장동과 비슷한 시기에 사업이 진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성남시가 유래를 찾기 어려운 용도 변경(임대 → 민간분양)과 4단계 종 상향(자연녹지→준주거)을 해주면서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판교A아파트 단지 내에서 본 옹벽. 김원 기자

판교A아파트 단지 내에서 본 옹벽. 김원 기자

2017년 이 아파트 건축심의 과정에서도 옹벽의 구조 안정성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4월 19일 진행된 성남시 4차 건축 본위원회 개최 결과 문서에 따르면 시행사가 신청한 해당 사업의 구조심의 요청에 대해 '재검토'를 의결했다.

당시 심의에 참석한 성남시 B 의원은 "당시 경주 등에서 지진이 일어나면서 건축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상황이었다"며 "심의에서 직벽 형태로 계획된 옹벽의 안정성 문제를 지적했고 그게 받아들여지면서 재검토에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그해 5월 24일 열린 5차 건축 본위원회에서 '조건부 의결'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20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지사의 성남시장 후보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했던 김인섭씨가 이 아파트 부지의 용도변경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70억원을 챙겼다고 말했다. 70억원은 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박 의원은 경기도가 성남시에 이 부지와 관련해 "아파트를 지으면 안 되고 굳이 한다면 R&D(연구개발) 단지가 가능하다고 공문을 보냈지만 이 후보가 시장 시절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용도 변경을) 결재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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