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연금, 재정, 탄소 문제에 '화합주'를 떠올립니다

‘단결주’ 또는 ‘화합주’라고 불리는 술이 있었습니다. 남은 술(주종 불문)을 커다란 화채 그릇이나 얼음통에 부어 가득 채운 뒤 그 술자리에 있는 사람이 돌아가며 마시는 술이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끔찍할 정도로 많은 양의 술을 한 사람이 한 번씩 마셔 모두 비우는 게 규칙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극히 야만스러운 게임이었습니다. 이 코로나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음주 문화입니다.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듯하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본 게 10여 년 전입니다.

이 술을 깨끗이 비워 단결과 화합을 확인하는 데 앞 순번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술자리에 있는 사람이 8명이라면 처음의 서너 명이 ‘자기 책임’을 다 해야 뒤의 다섯 명이 남은 술의 양을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앞 순번 음주자가 꾀를 부려 마시는 시늉만 열심히 하고 실제로는 제 몫을 다하지 않으면 뒷 순번 사람들의 고통이 컸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명분은 책임감 또는 의리를 테스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차례에서 최대한 많이 마셔 다음 차례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동료애를 상징했습니다.

이 ‘의식’은 술자리의 마지막에 치러졌습니다. 남은 술을 모두 마시고 자리를 파하자는 뜻이 담겨 있었습니다. 술을 마실 만큼 마신 상태에서 추가로 부어 넣는 것이니 다들 편치 않아 했습니다. 그래도 술 비우기에 실패했던 기억은 없습니다. 대개 마지막 주자에게 화채 그릇이나 얼음통이 당도했을 때 술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앞사람들이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였던 것입니다.

요즘 종종 이 단결주의 추억이 생각납니다. 공적 연금, 재정 적자, 탄소 배출 문제에 대한 기사를 보면 그 술자리의 모토였던 ‘책임의 정신’을 떠올립니다. 현 정부의 모습이 마치 화채 그릇을 그냥 패스시켜 뒷사람에게 책임을 몽땅 전가하는 ‘아몰랑’ 참석자 같습니다.

초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으로 연금 파탄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대로 가면 약 30년 뒤에는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 계산상 명확합니다. 그런데도 지난 4년 반 동안 현 정부를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시도조차 없었습니다.

재정 적자도 그렇습니다. 국가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50% 선를 넘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60% 선에 닿습니다. 부채 비율 확대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이 정부는 자기들은 펑펑 쓰고 다음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면 된다고 합니다. 여당의 대선 주자가 1인당 30만∼50만원의 재난지원금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약 25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일입니다.

탄소 배출 감축 문제도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해외에서 ‘선도적’ 국가가 되겠다며 멋진 수치들을 제시했습니다. 정작 그 일을 감당해야 할 사람들은 ‘현실성’을 생각합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최근 소형원자로(MRS) 개발과 가동을 위한 정책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원전의 도움 없이는 획기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런 해외 동향을 애써 외면합니다.

술에 취한 사람들도 뒷사람 걱정을 하며 고통을 분담했습니다. 연금, 재정, 탄소 문제의 뒷사람은 우리의 아들딸, 손자· 손녀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뭐 어떻게 되겠지’의 심보를 드러냅니다. 현 정부의 5년이 이렇게 끝나갑니다.

윤석명 한국연금학회 회장이 ‘연금 폭탄’의 도화선이 얼마나 짧아졌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는 중앙시평에서 ‘아무리 적게 잡아도 매일 4000억원 이상의 부채가 쌓이고 있는 한국의 연금, 문제 제기하는 집단이 거의 없다. 내가 사는 동안 별일 있겠어? 연금 줄 돈 없으면 세금 더 걷으면 되지. 발등에 떨어진 불도 아닌 데 천천히 개혁하면 되지. 자기 합리화 일색이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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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rning's pick

1. "집에 안 들어갈래요"

‘강남역 앞에서 만난 박모(19)씨는 “언제 쫓겨나나 마음 졸이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너무 편하다. 오늘은 집에 안 들어가고 2차, 3차까지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을지로3가의 일명 ‘노가리골목’도 오랜만에 만원이었다. 밤늦게까지 이곳저곳에서 “OO호프는 자리 있어요”라며 손님을 끌어모으는 호객 행위가 성행했다. 한 대형 맥주가게는 내부뿐 아니라 40여 개에 달하는 4인용 야외테이블에도 손님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단계적 일상회복 첫 날의 풍경을 전하는 기사의 일부입니다. 확진자 폭증이 예상됩니다. 과연 우리 사회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2. 반도체 수출에 먹구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미 정부의 요구에 응하는 것은 한국으로선 최대 고객(중국)의 기밀 정보를 미국에 넘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럴 경우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분석 기사에 실린 반도체 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미국은 대형 반도체 생산 업체들에게 영업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공급망 확인 차원이라고 하는데요, 우리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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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윤석열과 홍준표, "내가 유리"

‘윤 전 총장 캠프의 이상일 공보실장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원하는 후보는 안 된다는 것으로 윤석열 후보 압승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 캠프 여명 대변인은 “신규 당원들이 이날만 기다려왔다가 투표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우리에겐 좋은 신호”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투표율 65%만 되면 내가 압승한다”고 적기도 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투표 참여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자 윤석열, 홍준표 두 후보가 서로 자기에게 유리한 국면이라고 주장합니다. 과연 어느 쪽 말이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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