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대 클럽 밤 10시에 수십명 줄…을지로 노가리골목도 ‘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0시 넘은 거 맞아?”

1일 오후 10시5분쯤 홍대 클럽거리를 지나던 한 여성이 까르르 웃으며 한마디 했다. 클럽 입구마다 입장을 기다리며 손님 수십 명이 줄 서있는 모습을 보면서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시행으로 식당 등의 영업제한 규제가 철폐된 첫날인 이날 주요 상권에는 모처럼 밤늦게까지 활기가 넘쳤다. 오후 10시만 되면 술잔을 내려놓고 귀가해야 했던 젊은이들은 되찾은 자유를 만끽하면서 자정이 지날 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홍대 클럽 입구에 줄 서있던 회사원 김모(29)씨는 “클럽에 온 게 2년 만인데 다른 나라에 온 것 같고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강남역 앞에서 만난 박모(19)씨는 “언제 쫓겨나나 마음 졸이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너무 편하다. 오늘은 집에 안 들어가고 2차, 3차까지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맥줏집 40여개 테이블에 손님 꽉 차  

식당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 1일 저녁 서울 을지로 ‘노가리골목’에서 많은 시민이 맥주를 즐기고 있다. [뉴시스]

식당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 1일 저녁 서울 을지로 ‘노가리골목’에서 많은 시민이 맥주를 즐기고 있다. [뉴시스]

을지로3가의 일명 ‘노가리골목’도 오랜만에 만원이었다. 밤늦게까지 이곳저곳에서 “○○호프는 자리 있어요”라며 손님을 끌어모으는 호객 행위가 성행했다. 한 대형 맥주가게는 내부뿐 아니라 40여 개에 달하는 4인용 야외테이블에도 손님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한 업체 사장은 “지금이 야외에서 한잔하기 제일 좋을 때인데 운 좋게 방역 규제가 풀렸다. 손님이 어제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같은데 감사한 일”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업소들은 갑자기 손님이 몰리면서 구인난을 겪기도 했다. 강남역의 한 대규모 실내포차는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해 사무직 직원까지 출동해야 했다. 업소 직원인 한모(44)씨는 “술집이나 클럽들이 며칠 전부터 사람을 한꺼번에 구하다 보니 구인 광고를 올려도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주변 상권도 공기가 달라졌다. 이날 오후 서울 신촌 연세로 인근의 한 전통주점 사장 이상두(58)씨는 대학생 손님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다. 이씨는 “2~3팀 예약전화를 받았다. 내일 새벽 2시까지 열 생각인데 손님이 더 오면 새벽 5시까지 영업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가게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직원을 2명 줄이면서 버텨왔다고 한다. 인근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김종철(46)씨는 “대학 동아리에서 10명짜리 단체예약이 잡혔다”며 “빨리 학교에 학생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밤 부산의 대표 번화가 서면 일대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뉴스1]

이날 밤 부산의 대표 번화가 서면 일대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뉴스1]

대학생들도 목소리가 들떠있었다. 이른바 ‘코로나 학번’인 신입생 김명훈(19)씨는 “영상 비대면 강의만 듣다가 대면강의도 시작되고, 동아리 회식도 할 수 있게 되니 이게 진짜 대학생활이구나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임모(24)씨는 “어제도 술을 마시러 신촌에 왔는데, 옆 테이블이 다 동아리 모임이었다. 앞으론 테이블을 쪼개 앉으며 노심초사할 일도 없고, 과 모임도 재개될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내체육시설 등에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도입되면서 자영업자들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서울 마포구에서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A씨는 “회원 중에 천식이 있는 분이 있다”며 “실례일까 봐 여태 접종 여부를 물어보지 않았는데 그분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질문이라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홍대 인근 카페 사장 B씨는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전용 문지기를 둘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마포구에 있는 실내 테니스장 코치 C씨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구분 짓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도, 회원에게도 불편한 상황”이라며 “미접종자는 지금처럼 운동만 하고 샤워시설 이용이나 취식만 제한하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중수본 “확진자 2~3배 늘어날 가능성”

1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취식이 가능한 백신패스관 운영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1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취식이 가능한 백신패스관 운영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방역 패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접종자가 25% 정도인데 이들 사이에서만 감염돼도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차이를 두는 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확진자가 현재 수준의 2~3배 정도 증가할 거라는 예상도 나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일 방송 인터뷰에서 “(하루 확진자가) 아마 한 2~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환자 수의 증가도 증가지만 미접종자와 고령층, 취약시설 등을 방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도 위드 코로나 첫날인 1일부터는 매일 발표하던 코로나19 통계자료에 신규 확진자 수보다 위중증·사망자 수를 우선 배치했다. 하루 확진자 수에 연연하기보다 위중증과 치명률을 낮추는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통계 발표에서도 변화를 꾀한 것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343명, 사망자는 9명이었다. 전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가 332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소폭 늘어난 수치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위중증 환자 500명 이내 수준에서는 중환자실 운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0시 기준 확진자 수는 1686명으로 전날보다 375명 감소하면서 닷새 만에 2000명 아래로 내려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