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셋째주 <94호>

그룹 BTS 노래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연일 1위에 오르며 대기록을 쓰고 있습니다. 아이돌 노래라 넘기지 마시고 가사를 음미하면서 한번 들어보세요. 힘들고 지칠 때 노랫말이 주는 위로가 있더라고요. 200회를 맞은 송미옥 필진이 함께 잘 헤쳐나가길 바라며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모든 분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우리는 떨어지더라도 어떻게 착륙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송미옥의 살다보면(200) 2021.07.14
노인인 나도 BTS 노래에 감동의 눈물이


‘너 없이도 가을은 오고 너 없이도 가을이 가는구나…’라는 시가 있지요.

아무런 별일 없이도 계절은 순리대로 오가고 그것이 모여 인생이 되나 봅니다. 어쩌다 보니 4년이란 긴 시간, 퀄리티 있는 글 한 편 없이 어우렁더우렁 울고 웃는 일상의 스토리만으로 200회를 찍습니다.

코로나 재확산 뉴스가 전해집니다. 자고 나면 오르내리는 별별 뉴스는 하루의 활력소가 되기보다 변비 증상 같은 갑갑함을 주기도 합니다. 위정자들의 더 높은 꼭대기 오르기 경쟁도 치열함이 대단합니다. 권력과 재물은 살아 있을 때 도전해 볼 수 있는 거니 어쩌겠습니까. 비교의 대상에 끼지 못하면 부럽지도 않아 구경꾼 모드로 살다 보면 가끔은 그들의 체력이 더 걱정됩니다.

오늘 읽은 책 내용인데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 있네요.

비와 아침이슬을 막아주는 벽이 있는 집에서 살고, 매일 먹을 수 있는 생활이 가능했다면 그 인생은 ’성공‘이다.

그 집이 깨끗하고 화장실 목욕시설이 있고, 더위와 추위에서 보호되며 이불을 덮고 잘 수 있고, 누추하지 않은 옷을 입으며, 영양을 생각하며 밥을 먹을 수 있고, 병이 들었을 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전 지구의 인구 수준에서 보면 ‘대단한 행운’이다.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며, 사랑도 알고, 인생의 한 부분을 선택할 수 있고, 자유스럽게 여행을 하고, 독서를 즐기며, 취미생활을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서 신뢰와 사랑을 받는다면 그 인생은 ‘대성공’이다.

소심한 내가 이 글을 읽으면서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생각도 표정도 느긋해졌습니다. 앞으로의 삶은 ‘대성공인’으로 폼 나게 살아야겠다는 욕심을 부려봅니다.

2년 전 아는 분이 식당을 개업했는데 하필 코로나가 방해꾼이 되었습니다. 얼마 후 건강까지 안 좋아져 문을 닫았습니다. 나이가 걱정되었지만 꼭 해보고 싶은 장사라 하니 말릴 수가 없었지요. 지금 병원에 계십니다. 60대가 넘으면 아무리 해보고 싶은 일이라 해도 개업은 말려야겠습니다. 젊으면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큰 경험이 되지요. 우리 나이는 이제부터 누려야 할 여유를, 자유를, 건강을 모두 안고 감옥으로 들어가는 꼴이잖아요. 나이 들어 장사를 시작하면 가고 싶은 곳을 지금, 막, 바로, 갈 수가 없습니다. 그건 평수만 다를 뿐 감옥 속에 있는 거라는 안도현님의 책 속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코로나가 다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습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이제 다시 일어서려는 우리를 또 넘어뜨리네요. 우울감이 옵니다. 지인이 보내 준 유튜브를 보며 눈물 한 바가지 쏟았습니다. 전국노래자랑에 나간 한 어른의 ‘보랏빛 엽서’라는 노래 한 곡이 우울한 감정을 자극합니다. 딸아이에게 들어보라고 하니 시큰둥하며 말합니다.

“첨 듣는 노래네. 옛날엔 엽서로도 소식을 주고받았구나….” 이러고는 전주도 시작 안 했는데 꺼버립니다. 감성이라고는 없는…. 세대 차이를 확 느낍니다. 딸은 자신이 듣고 벅찬 감동의 눈물이 났다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건네줍디다. 웃고 춤추는 이 노래에 눈물이 났다고? 아, 정말 세대 차이 확실히 납니다. 딸이 돌아간 후 조용한 시간에 그 노래를 다시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노래는 안 통하는 노인이라 여겼는데 감동으로 눈물이 났습니다.

“그냥 부딪쳐 보는 거야, 걱정 없어, 왜냐하면 떨어지더라도 어떻게 착륙하는지 알거든….”

이 말은 지금 너무 힘든 우리를 위로하는 말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젊은이는, 경험 못한 노후가 있지만 우린 힘든 청춘의 파도를 잘 헤쳐 온 성공한 사람이잖아요. 나락으로 떨어지더라도 어떻게 착륙하는지 더 잘 압니다.

어느 책에서 그럽디다. 마음의 아픔을 자가진단 할 수 있는 처방전이 ‘걷기’라고요. 죽을 만큼 힘들다는 말이 나올 때 병원 가기 전 자가 진단 능력이 있다면 한번 해보라고요. 문지방 넘어서기가 힘들지 일단 신발을 신고 한발 짝 걷기 시작하면 ‘경증’이랍니다. 그렇게 무작정 걷다 보면 더 이상 걷기 힘든 자리가 딱 내 아픈 만큼의 거리이고 무게라고 합니다. 땡볕이라고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죽고 싶었는데 겁날 게 뭐가 있냐, 하네요. 잡념을 땀에 흘려버리고 들어와 씻은 후 살아있음을 느껴보지요 뭐.

오늘도 낮엔 폭염, 밤엔 폭우 예보입니다.

허접한 제 글이 200회가 되었네요. 고맙고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함께하는 모든 분의 평화와 안녕을 빕니다.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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