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노인인 나도 BTS 노래에 감동의 눈물이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07:00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 (200)

‘너 없이도 가을은 오고 너 없이도 가을이 가는구나…’라는 시가 있지요.

아무런 별일 없이도 계절은 순리대로 오가고 그것이 모여 인생이 되나 봅니다. 어쩌다 보니 4년이란 긴 시간, 퀄리티 있는 글 한 편 없이 어우렁더우렁 울고 웃는 일상의 스토리만으로 200회를 찍습니다.

겨울에 꽁꽁 얼은 계곡물은 날이 풀리면 언제 그랬냐는듯 푸르른 녹음 사이를 따라 흘러간다. 계절도 인생도 이렇게 흘러간다. [사진 이경은]

겨울에 꽁꽁 얼은 계곡물은 날이 풀리면 언제 그랬냐는듯 푸르른 녹음 사이를 따라 흘러간다. 계절도 인생도 이렇게 흘러간다. [사진 이경은]

코로나 재확산 뉴스가 전해집니다. 자고 나면 오르내리는 별별 뉴스는 하루의 활력소가 되기보다 변비 증상 같은 갑갑함을 주기도 합니다. 위정자들의 더 높은 꼭대기 오르기 경쟁도 치열함이 대단합니다. 권력과 재물은 살아 있을 때 도전해 볼 수 있는 거니 어쩌겠습니까. 비교의 대상에 끼지 못하면 부럽지도 않아 구경꾼 모드로 살다 보면 가끔은 그들의 체력이 더 걱정됩니다.

오늘 읽은 책 내용인데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 있네요.

비와 아침이슬을 막아주는 벽이 있는 집에서 살고, 매일 먹을 수 있는 생활이 가능했다면 그 인생은 ’성공‘이다.

그 집이 깨끗하고 화장실 목욕시설이 있고, 더위와 추위에서 보호되며 이불을 덮고 잘 수 있고, 누추하지 않은 옷을 입으며, 영양을 생각하며 밥을 먹을 수 있고, 병이 들었을 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전 지구의 인구 수준에서 보면 ‘대단한 행운’이다.

그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며, 사랑도 알고, 인생의 한 부분을 선택할 수 있고, 자유스럽게 여행을 하고, 독서를 즐기며, 취미생활을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서 신뢰와 사랑을 받는다면 그 인생은 ‘대성공’이다.

소심한 내가 이 글을 읽으면서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생각도 표정도 느긋해졌습니다. 앞으로의 삶은 ‘대성공인’으로 폼 나게 살아야겠다는 욕심을 부려봅니다.

2년 전 아는 분이 식당을 개업했는데 하필 코로나가 방해꾼이 되었습니다. 얼마 후 건강까지 안 좋아져 문을 닫았습니다. 나이가 걱정되었지만 꼭 해보고 싶은 장사라 하니 말릴 수가 없었지요. 지금 병원에 계십니다. 60대가 넘으면 아무리 해보고 싶은 일이라 해도 개업은 말려야겠습니다. 젊으면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큰 경험이 되지요. 우리 나이는 이제부터 누려야 할 여유를, 자유를, 건강을 모두 안고 감옥으로 들어가는 꼴이잖아요. 나이 들어 장사를 시작하면 가고 싶은 곳을 지금, 막, 바로, 갈 수가 없습니다. 그건 평수만 다를 뿐 감옥 속에 있는 거라는 안도현님의 책 속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코로나가 다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습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이제 다시 일어서려는 우리를 또 넘어뜨리네요. 우울감이 옵니다. 지인이 보내 준 유튜브를 보며 눈물 한 바가지 쏟았습니다. 전국노래자랑에 나간 한 어른의 ‘보랏빛 엽서’라는 노래 한 곡이 우울한 감정을 자극합니다. 딸아이에게 들어보라고 하니 시큰둥하며 말합니다.

“첨 듣는 노래네. 옛날엔 엽서로도 소식을 주고받았구나….” 이러고는 전주도 시작 안 했는데 꺼버립니다. 감성이라고는 없는…. 세대 차이 확 느낍니다. 딸은 자신이 듣고 벅찬 감동의 눈물이 났다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건네줍디다. 웃고 춤추는 이 노래에 눈물이 났다고? 아, 정말 세대 차이 확실히 납니다. 딸이 돌아간 후 조용한 시간에 그 노래를 다시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노래는 안 통하는 노인이라 여겼는데 감동으로 눈물이 났습니다.

“그냥 부딪쳐 보는 거야, 걱정 없어, 왜냐하면 떨어지더라도 어떻게 착륙하는지 알거든….”


이 말은 지금 너무 힘든 우리를 위로하는 말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젊은이는, 경험 못한 노후가 있지만 우린 힘든 청춘의 파도를 잘 헤쳐 온 성공한 사람이잖아요. 나락으로 떨어지더라도 어떻게 착륙하는지 더 잘 압니다.

어느 책에서 그럽디다. 마음의 아픔을 자가진단 할 수 있는 처방전이 ‘걷기’라고요. 죽을 만큼 힘들다는 말이 나올 때 병원 가기 전 자가 진단 능력이 있다면 한번 해보라고요. 문지방 넘어서기가 힘들지 일단 신발을 신고 한발 짝 걷기 시작하면 ‘경증’이랍니다. 그렇게 무작정 걷다 보면 더 이상 걷기 힘든 자리가 딱 내 아픈 만큼의 거리이고 무게라고 합니다. 땡볕이라고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죽고 싶었는데 겁날 게 뭐가 있냐, 하네요. 잡념을 땀에 흘려버리고 들어와 씻은 후 살아있음을 느껴보지요 뭐.

오늘도 낮엔 폭염, 밤엔 폭우 예보입니다.

허접한 제 글이 200회가 되었네요. 고맙고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함께하는 모든 분의 평화와 안녕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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