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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지금 영끌로 집 사려는 분, 잠깐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82)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값은 안정될까. 얼마 전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을 강한 톤으로 예고하면서 시점은 연내로 못 박았다. 저금리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자산 가격 버블에 급증한 가계부채 부작용이 크다는 뉘앙스다. 금리와 부동산 가격은 역의 상관관계이다.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가격은 올라가고, 올리면 부동산 가격은 내려간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다.

예를 들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는데 4억 원의 대출을 받는다고 하자. 대출금리가 연 3.5%라면 이자는 연간 1400만 원이다. 만약 금리가 올라 연 5%가 되면 이자는 2000만 원이 된다. 한 달에 50만 원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원금 분할 상환까지 더하면 보통의 월급쟁이는 먹고살기 빠듯해진다. 이 때문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고 집값은 안정된다. 집값을 결정하는 요소는 이외에도 주택공급, 학군, 교통, 생활여건 등도 있다.

부동산 시장에 정부 개입이 잦으면,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이 무너져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부동산 시장에 정부 개입이 잦으면,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이 무너져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이 정부 들어 수도권 집값이 약 두 배로 급등, 아파트가 금값이 되었다. 청년을 삼포세대로 만들고, 집 없는 사람은 벼락 거지가 됐다. 대부분 월급쟁이가 평생 저축해도 집을 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무주택자 재산을 약탈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도 과잉 유동성으로 집값이 폭등, 청년이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시기가 점점 늦어진다고 한다. 한국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25차례나 대책을 내놨는데, 이것이 가격을 거꾸로 급상승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다주택자 세금 부담을 높이고 각종 규제를 하면, 매물이 쏟아져 나와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는 그 반대였다. 하도 규제를 많이 하다 보니, 집을 사는 것도 파는 것도 어려워져 거래가 확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두건 거래가 어렵사리 이루어지면, 그 비정상적인 가격이 그 단지의 시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거래의 막힘 현상이 가격 상승을 촉발해 수도권의 어지간한 아파트는 평균 10억 원대가 되었다.

서민을 괴롭힌 것은 임대차 3법이었다. 이 법이 시행되자 전·월세 거래가 뚝 끊겨 매물이 없고, 전·월세 가격만 천정부지로 올랐다. 전·월세 시장에 폭탄을 던진 것이다.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당 간부가 이 법 시행 직전에 세입자와 계약을 다시 써 전·월세 값을 올려 받았다. 정책을 만든 자마저도 지키지 못할 대책을 일반 국민을 상대로 실험한 것이다. 잘못을 알았으면 원상복구를 하면 되는데, 원칙을 지킨다면서 그대로 밀고 나가 실수요자를 고문하고 있다. 잡다한 규제를 없애면 시장원리가 작동해 거래가 활성화되고 적정 가격이 형성된다. 오죽했으면 어느 국회의원이 ‘나는 세입자입니다’라는 호소에 국민이 박수를 보냈겠는가.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세계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 3등이다. 국내총생산(GDP)의 4.1%로 OECD 평균 1.96%의 두 배 이상이다. 또 1주택자도 9억 원 이상이 되면 양도세 부과로, 팔고 다른데 이사를 하려면 같은 집을 살 수 없다. 복지 복지하면서, 중산층 주거복지를 사실상 무너뜨리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정부가 큰 틀만 정해주고 세세한 것은 시장에 맡기면, 거래가 활성화해 시장이 알아서 적정 가격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너무 많은 규제를 남발, 칸막이가 사실상 수백 개나 생겨나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거래를 막아 가격을 폭등시킨 것이다.

정부 개입이 잦으면, 자유시장 경제시스템이 무너져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운전대를 잡은 자들, 참 무능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수술로 병을 고치기는커녕 사람을 죽기 일보 직전으로 몰아간 꼴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지금이라도 남발했던 규제를 철폐하면 된다. 이대로 두면 부동산 시장에 피가 돌지 않고 꽉 막혀 핏줄이 터지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까. 상당 폭의 금리 인상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압박이 될 정도라야 효과가 있다. 집값 하락과 안정은 두 가지 전제가 따른다. 부동산 관련 규제가 확 풀리고, 금리의 의미 있는 인상이 필요하다. 4~5년간 부동산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는 주택공급 대책과 가수요 거품을 없앨 정도의 금리인상이 시급하다. 또 거래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잡다한 규제를 폐지하고, 시장 자율에 맡긴다면 집값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 폭이 미미하면, 빚투로 가까운 시일 내에 가격 상승을 기대하면서 버티게 된다. 이자 부담보다 수십 배 더 큰 매매차익을 기대하게 한다면 투기의 내성만 키우고 얼마 못 가 부동산 시장은 다시 폭발한다.

집값에 영향을 주는 3가지는 주택공급, 금리, 절대 가격이라고 한다. 공급은 현재 부족하지만 늘리겠다고 하고, 금리는 올릴 예정이고, 절대가격은 현재 대단히 높은 수준이다. 요약하면 지금 서둘러 집을 살 시기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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