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째주 <96호>

여러분은 살면서 내 이름이 적힌 몇 개의 명함을 가질 수 있을까요? 많은 명함을 가진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한 번도 명함을 가져보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명함에 적힌 몇 글자가 누군가를 모두 설명하긴 어려울 겁니다. 홍미옥 필진의 말처럼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이니까요. 모든 인생이 드라마 아니겠습니까. 그 누구도 아닌 나로 살아갈 수 있기를 더오래 팀도 응원하겠습니다!


홍미옥의 모바일 그림 세상(80) 2022.08.02
나에게 나를 소개합니다···'인생 명함' 만들기

최근 읽은 김건숙 작가의 책에는 ‘인생명함’이라는 말이 나온다. 인생명함? 우리가 아는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런 명함을 말하는 건 아닐 테고. 그렇다고 기가 막히게 잘 제작된 명함을 말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담 무얼까? 초록이 짙은 표지 위엔 ‘비로소 나를 만나다’라고 쓰여있다. 맞다! 이 책의 제목이다.

당신에게 나를 알리던 명함, 이제는?

얼마 전 기사에서 인천시에서 비누 명함을 상품화했다는 걸 읽었다. 업사이클링의 하나로 제작한 비누 명함이다. 연락처는 휴대폰에 저장하고 받은 명함은 손 씻기에 활용한다. 하기는 나만 해도 가끔 주고받는 명함이 처치 곤란인 적이 많다. 거의 다 재활용도 되지 않는 재질이어서 더욱더 그렇다.

그러고 보니 명함이란 게 때론 필요하지만 가끔은 거추장스럽기도 하다. 몇 줄의 단어나 문장으로 나를 알린다는 것도 그렇지만 간직하기도, 버리기도 쉽지 않다. 아직 기발한 비누 명함을 받은 적이 없으니 은근 궁금해진다.

또한 최근 중·고등학교에서는 진로 교육의 일환으로 ‘미래명함’제작을 한다고 한다. 자신의 미래를 한 번 더 생각하고 꿈꿀 기회로 진행하는 수업이다. 물론 이런 행사는 수행평가나 입시에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지만 그 꿈을 적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있을 것임에 분명하다. 친구들 앞에서 ‘미래의 나’를 소개하는 일은 얼마나 설렐까?

한때 일드(일본드라마)를 즐겨 보던 때가 있었다. 지금이야 우리 드라마가 워낙 월드클래스니 챙겨 보기도 바쁠 지경이지만. 일드에서 꼭 등장하는 장면은 명함 주고받기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며 내 이름은 이렇게 읽는다고 고개를 숙인다. 물론 일본글자의 특성 때문에 명함이 필수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주고받은 명함은 잘 간직하고 있을까? 필시 서랍 속에 잠들고 있거나 가방 밑바닥에 구겨져 있을 것이다.

명함보단 ‘검색’이 우선인 요즘 시대다. 하기는 이마저도 갖지 못하는 이들에겐 저 종이 쪼가리(?)가 권력이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명함은 상대에게 나를 알리고 나는 이만큼 잘나가는 사람이라는 시그널을 은근히 줘 왔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나에게 나를 소개하다

앞서 소개한 김건숙 작가의 책에는 인생명함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나는 문화센터에서 어른을 대상으로 그림책 강의를 하고 있다. ‘책 사랑꾼의 그림책 정원’이란 타이틀로 ‘나로 살기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사회적으로 보여주는 성공이나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탐색해 그걸 바탕으로 인생명함을 만드는 것이다.”『비로소 나를 만나다』 중 19쪽

예전, 아니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학창 시절 공부방이나 교실엔 꼭 문구들이 붙어 있곤 했다. ‘사당오락’이라던가 ‘수능점수가 미래의 배우자를 결정한다’라는 그런 거다. 물론 그렇게 적어놓은 목표는 빗나가기도 하고 때론 구덩이에 빠져 실망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꿈, 목표를 글로 적는 것 하나만으로도 내 인생은 꿈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디고 있음이 분명하다.

위의 책에서 저자는 ‘훌쩍’이라는 단어를 인생명함에 적어놓음으로 ‘나 홀로 여행’이라는 평소의 꿈을 열기 시작했다. 참 이상도 하지, 그저 글로 적었을 뿐인데 그 ‘쓰기와 공표’의 힘을 우리도 가끔 느끼고 살아왔다. 감정이 극도로 치달을 땐 누군가를 붙잡고 한바탕 하소연을 하면 어느 정도 풀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나에게 이런저런 약속을 하는 것, 그것만으로 꿈에 한걸음 가까워진다면 마다할 일이 없다.

인생이라는 대하드라마의 주인공은 바로 나!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내 인생을 글로 쓰자면 자그마치 열 권을 쓰고도 몇장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예전엔 어르신이나 쓰는 말인 줄 알았다. 지금 보니 누구나 대하드라마를 쓰고도 남을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무리 별 볼 일 없게 보여도 내 인생이라는 역사엔 굽이굽이 고갯길도 화려한 꽃길도 있게 마련이다. 당연히 주인공은 ‘나’ 이며 주인공의 꿈이나 갈 길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바로 ‘나’다. 거창하게 프로젝트를 세우지 않아도 소박한 단어 한 가지만으로도 내 인생은 나의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쯤에서 난 어떤 단어를 인생 명함에 적을지 고민해 보기로 했다.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과연 이번에도 영원히 지켜지지 않는 ‘다이어트’를 넣을지 말지 고민이다. 그리고 나에게 소개하겠다.

‘나는 이러이러한 꿈을 가진 사람이야, 우리 함께 잘해보지 않을래?'

스마트폰 그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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