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주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줄 뉴스레터 서비스 ‘문화 비타민’입니다. 매주 금요일 음악ㆍ방송ㆍ영화ㆍ문학ㆍ미술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놓치면 아쉬울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는 새 책 소개와 서평을 담당하는 이후남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43세의 생텍쥐페리, 어느덧 여든 된 『어린 왕자』

소행성 B612의 어린 왕자. 『어린 왕자』표지와 제3장을 위한 수채화. [사진 위즈덤하우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당신이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해 말하면 어른들은 절대로 "그 애 목소리는 어떠니?" "무슨 놀이를 좋아해?" "나비를 수집하니?" 같은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법이 없다. 그들은 "그 애 나이가 몇 살이니? 형제는 몇이야? 몸무게는? 아버지는 벌이가 괜찮으시니? 같은 것을 묻는다. 그래야 그 친구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어른들에게 "붉은 벽돌로 된 아름다운 집을 봤어요. 창가에 제라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놀고 있는……" 이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10만 프랑짜리 집을 봤어요"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멋진 집이구나!"라고 감탄한다.'(『어린 왕자』중에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이 대목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최근 나온 책 『생텍쥐페리의 문장들』(신유진 엮고 옮김, 마음산책)의 책장을 넘기면서죠. 내심 뜨끔했습니다. 『어린 왕자』를 처음 읽은 아이는 그저 '어른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을 텐데, 이제 그 아이가 정말 그런 '어른들' 중 하나가 되어버린 걸 들킨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신기하게도, 생텍쥐페리의 여러 작품에서 문장을 발췌한 이 책에서 『어린 왕자』의 문장은 하나같이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저만이 아닐 겁니다. 『어린 왕자』는 인류의 베스트셀러이니까요. 수백 개 언어로 번역되어 무려 2억 부나 팔린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프랑스어판과 영어 번역판이 나란히 나왔습니다.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4월, 미국에서였죠. 올해로 발간 80주년이니, 사람으로 치면 『어린 왕자』는 이제 여든에 접어든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