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서비스 구독자 여러분.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뉴스 내비게이션 레터 서비스를 통해 주요 시사 현안을 정리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달 대통령실에서 논란이 된 MBC 기자의 슬리퍼 문제를 조명했습니다. 


대통령 앞 슬리퍼, 유죄인가 무죄인가

지난달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도어스테핑으로 불리는 출근길 약식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얼마전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MBC 기자의 슬리퍼가 난데없는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 때 뒷 줄에 서 있던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의 말만 듣고 기자실로 돌아갔다면 아무도 모르고 넘어갔을 일이다. 하지만 사건은 터졌다. '이 XX' 비속어 문제에 대한 MBC의 보도행태를 "가짜뉴스로 동맹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행태"로 규정한 윤 대통령의 뒤통수를 향해 해당 기자가 "뭐가 가짜뉴스냐"라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면서다.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 격한 말싸움을 벌이면서 '공사'는 점점 더 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고성이 오가고 난동에 가까운 행위가 벌어지는 국민 모두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라 표현한 이 사건 때문에 도어스테핑은 결국 중단되고 말았다.

그리고 기자의 슬리퍼는 '예의 없음'의 상징으로 등극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 앞에서 팔짱을 끼고, 슬리퍼를 신었다'며 해당 기자를 '폭격'수준으로 비판했다. 반면 야당에선 본질과 무관한 트집이라고 기자를 옹호했다.

공격하는 쪽에선 '도어슬리퍼'라고 비아냥댔고, 방어하는 쪽에선 '슬리퍼보다 더 문제는 윤 대통령의 언론관'이라고 받아치며 싸움이 커졌다.

쌓이고 쌓여온 앙금이 대폭발한 대통령실과 MBC 간 갈등이 본질인데,여기서 슬리퍼만 따로 떼내 설명하긴 무척 어렵다. 다만 슬리퍼가 논란의 키워드로 떠오른 만큼 MBC 기자에 대한 '변론'도 '비판'도 아닌 객관적 시각에서 슬리퍼 문제만 살펴 보려 한다.

1996년 입사 이후 여러 출입처를 경험하며 다양한 형태의 슬리퍼를 목격했지만, 이번 논란의 초점인 대통령과 출입기자간 관계로 범위를 좁혀보겠다.

십 년도 훨씬 더 지난 얘기지만, 필자는 이명박(MB) 정부 시절인 2008~2011년 청와대를 출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