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서비스 구독자 여러분,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뉴스 내비게이션 레터 서비스를 통해 주요 시사 현안을 정리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올 수능 선택 과목 간 유불리를 잡지 못한 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해 직무 유기? 무능? 비판이 나오는 점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수능 선택과목 간 유불리 못 잡은 평가원, 직무 유기? 무능?수능 성적표를 받으러 가는 수험생들. 사진기자협회

지난 8일 올해 수학능력평가 성적표가 수험생들에게 배포됐습니다. 올 수능은 이른바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 따라 출제됐는데, 당초 쉬워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국어·수학·영어가 모두 어려웠습니다. 역대급 ‘불수능’이라 최상위권 변별력은 뛰어났지만,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킬러 문항이 빠지면서 상위권 변별력이 약해질 가능성을 과도하게 우려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평가로 바뀐 영어까지 절대평가 도입 이후 1등급 비율이 가장 낮게 나타나, 이럴 거면 상대평가로 하지 뭐하러 절대평가로 바꿨느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수능의 더 큰 문제점은 수능이 어려웠느냐, 쉬웠느냐가 아닙니다. 수능은 과도한 불수능이어도, 과도하게 쉬운 ‘물수능’이어도 문제를 야기합니다. 난이도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현 수능은 각종 선택과목 체제로 치러집니다. 이미 대입에서 문과와 이과 구분이 사라졌습니다. 과거처럼 고교에서 문과생이 대학 문과 학과를 지원하고, 고교 이과생이 대학 이과 학과를 지원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문·이과 구분 없이 선택 과목을 어떤 것을 고르든 아무 학과나 지원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과학탐구 수능 시험을 치른 학생이 경영이나 경제 등 문과 학과를 지원해도 되는 겁니다.

 이럴 경우 선택 과목별 난이도, 특히 정시에서 사용되는 표준점수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형성되는지에 따라 유불리가 바뀌게 됩니다. 문·이과 구분도 없이 지원하는데 국어나 수학, 사회탐구, 과학탐구에서 어떤 과목을 고르느냐에 따라 점수가 크게 차이가 나면 곤란하기 때문에 어떤 과목을 고르던 잘 하는 학생은 좋은 점수를 비슷하게 받을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이 수능 출제기관의 임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