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또 바꾼다는데...

[Point.1] 대주주 기준

“소득이 있는 곳엔 세금이 있다”는 말은 적어도 2023년 대한민국에선 틀린 말입니다. 은행 예·적금에 가입해서 받는 이자 소득, 주식을 보유할 때 받는 배당 소득, 사업으로 번 돈에 매기는 사업 소득, 우리가 회사에서 일하며 받는 근로 소득, 심지어 노후 자금인 연금 소득까지 출처가 어디든 소득이 생기면 반드시 세금을 내야 하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현재 세금을 안 내는 소득이 딱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거래소득’과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이죠. 이 둘은 현재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가상자산 거래소득에 대한 과세는 사실 올해부터 시행하려고 했지만, 2년간 유예돼 2025년 이후부터 시행됩니다. 이 신흥 자산에 대해서 과세를 하는 게 맞는 건지,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과세 당국은 이 소득을 제대로 파악할 수는 있는 건지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일단 준비할 시간을 가지자는 측면이 강합니다.

그렇다면 주식 양도소득의 경우는 어떨까요. 역사가 오래된 주식에 대해서도 비트코인처럼 ‘준비 부족’을 이유로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는 건 이해가 되질 않는데요. 주식의 경우 세금을 내는 방식이 다릅니다. 주식을 사고 팔아 버는 차익이 아니라 주식을 거래할 때 일종의 통행세를 내는 방식이죠. 이를 '증권거래세'라고 하고, 현재는 0.2%(농어촌특별세 포함)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또 주식 양도소득세를 모두 내지 않는 건 아닙니다. 종목당 10억원(또는 지분 1~4%)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에 한해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고 있습니다. 극히 일부만 내고 있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거죠.

다른 명목으로 세금을 걷고 있긴 하지만 조세 원칙에서 주식 양도소득세만 유독 예외를 두기로 한 이유를 알고 나면, 지금 시점에선 다소 황당합니다. 44년 전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도입하면서 “주식 투자를 통한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조세 원칙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세무 기술상 한계 때문에 증권거래세를 도입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과세하는 게 맞지만, 당시 기술로는 개인들이 주식을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았는지 제대로 집계할 수 없었던 겁니다. 지금은 1원의 이익도 잡아낼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는데, 과세 체계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를 좀 안다는 국회의원들은 예전부터 증권거래세를 폐지(또는 인하)하고,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기자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그 논의의 결과물이죠. 2020년 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투자로 거둔 수익 중 5000만원 초과분에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걷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올해부터 시행되려다 역시 2025년으로 시행이 유예됐습니다.

이때 함께 논란이 된 건 예외적으로 주식 양도세 납부 대상이었던 대주주에 대한 기준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였던 2011년부터는 이 기준을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려고 했지만, 여론이 좋지 않아 유예됐고요.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말 이 기준을 1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려고 했는데, 이때도 역시 논란 커지자 유야무야됐습니다.

일반 서민들에겐 딴 나라 이야기일 것만 같은 이 ‘대주주 기준’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까지 말들이 많은 건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개인 ‘큰 손’들은 이 주식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이면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가 과세 시점이 지난 이듬해 1월이 됐을 때 다시 주식을 주워담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작은 코스닥 시장에서는 이 영향이 상당합니다. 12월 코스닥 개인 순매수 금액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엔 -957억원, 2021년엔 -2조5309억원, 2022년엔 -9997억원에 이릅니다. 수백억에서 조단위 매물 폭탄이 떨어지면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니 개미 투자자들은 이를 반기지 않죠. 1400만명의 개인 투자자 표심을 잡으려는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연말이 되면서 이 이슈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엔 여당을 중심으로 밀어붙였던 100억원 완화 안이 현재 국회 여건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20억~30억원 선으로 소폭 완화하는 카드를 꺼낸 것이죠.

대주주 기준 완화 소식에 시장도 즉각 반응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지난 8일 코스피는 1.03%, 코스닥은 2.11% 올랐는데요.

그 효과가 지속될지는 의문입니다. 공매도 금지 조치처럼 대주주 기준 완화도 단기간 주가를 부양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주가를 움직이는 건 결국 기업들의 펀더멘털이기 때문이죠. 지난 11월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내년 6월까지 금지했을 때 주가가 반짝 급등했다가 급락하고 현재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있죠.

이미 시장에선 연말마다 개인 ‘큰 손’들의 물량이 쏟아지는 점에 대해 “예정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실제로 코스닥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물 폭탄이 나오긴 했지만 모두 상승 마감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대로 양도세 회피 물량이 대거 나오긴 하지만, 주가에는 오히려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겁니다.

안 그래도 변수가 많은 주식 시장에 또 하나의 변수가 추가됐습니다. 모쪼록 연말까지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랍니다.

[Point.2] 올해 마지막 FOMC

오는 12~13일(현지시간) 올해의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립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현재 미국 기준금리(연 5.25~5.5%)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관건은 미 연방준비제조(Fed)가 내년 어느 시점부터 얼마나 금리를 인하하느냐예요.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점도표가 12월 FOMC에서 공개됩니다. Fed 위원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금리 전망치를 한눈에 알 수 있죠. 지난 9월엔 내년 금리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 중간값을 기존 4.6%에서 5.1%로 상향했습니다. 이는 내년 연간 금리 인하 폭을 0.5%포인트 수준으로 봤다는 건데, 이번 FOMC에선 이 부분에 대한 변화를 주시해야 합니다.

증시 전문가는 Fed가 내년 2회 금리 인하 방침을 유지하거나 1회 인하로 축소하는 등 다소 신중한 입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시장은 이미 “내년 Fed가 금리를 다섯 차례 내릴 수 있다”며 앞서가는데, 이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죠. 물론 오는 12일 공개될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경우엔 3회 이상 인하 시그널을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머니랩 프리뷰]에서 이번 주(12월 11~15일) 시장 키워드 ▶둔화하는 물가 지표 ▶올해의 마지막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네 마녀의 날’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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