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마이너스 금리' 고수한 일본, 변할까

[Point.1] 마이너스 금리

지난 2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무려 5%포인트나 올리는 동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옆 나라 일본이 그 주인공입니다. 2016년부터 무려 7년째 일본은 기준금리(단기 금리)를 -0.1%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건 금융 상품에 돈을 넣어두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원금이 줄어드는 건데요. 당연히 일반적인 상황에서 나올 정책은 아닙니다. 심각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고육책입니다. 은행에 돈을 넣지 말고 가계는 소비하고 기업은 투자해서 경제를 끌어올리자는 발상이죠.

일본의 이 같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아베 신조 총리가 활력을 잃은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내세운 ‘세 개의 화살’ 정책의 한 축이었습니다. 2012년 말 출범한 아베 정부는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 실시했고, 이것으로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니 2016년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합니다.

이때 일본이 함께 도입한 게 수익률곡선제어(YCC, Yield Curve Control) 정책입니다.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자 장기 국채금리도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해당 국채를 운용하거나 관련 상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생겼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 일본중앙은행(BOJ)이 정한 상한 이상으로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면 BOJ가 시중의 국채를 대거 매입해 금리를 떨어뜨리는 정책이 바로 YCC입니다. 인위적인 개입이 있기에 일각에선 ‘장·단기 금리 조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무제한 돈 풀기 정책에도 일본 정부가 목표로 했던 수준으로 경기가 회복되진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물가 수준은 목표한 2%를 넘기긴 했지만, 실질 임금이 감소하면서 오히려 가계는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최근 일본 경제와 물가가 반등하는 모습은 보여주고는 있지만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죠. 과거에도 일본은 경기가 좋아지다가 금방 꺾인 경험도 있어 일본은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마이너스 금리와 YCC 정책을 지금까지 계속 유지했던 이유죠.

하지만 올해 들어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지난 4월 취임하면서 “(YCC와 관련해) 시장 기능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향후에도 주시할 것”이라고 말해 시장은 BOJ의 피벗(Pivot, 정책 전환)을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는데요.

지난 7월 YCC 정책에 대한 수정이 있었습니다. BOJ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 금리(10년물) 상한선은 기존의 0.5%로 유지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 상승을 1%까지 용인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그리고 3개월여만인 지난달 31일 장기 금리(10년물)의 변동폭 상한을 0.5%에서 1%로 올리고, 이를 웃도는 움직임도 용인하기로 했습니다. 단기금리는 계속해서 -0.1%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긴축 모드로 접어드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홀로 행보가 누적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 Fed가 기준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미·일 간 금리 격차가 매우 커진 영향으로 엔화 가치가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폭락했습니다.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50엔을 넘어설 정도였죠. 엔저가 이어지면서 무역적자 규모도 커졌습니다. 지난해 무역 적자는 197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인 19조9713억 엔(약 192조원)을 기록했습니다. 국채 수익률을 통제하고 있으니 일본의 국채 시장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는 점도 부작용으로 지목되고 있죠.

다만 시장은 이번 BOJ의 조치가 기대한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보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세계 중앙은행들이 대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선 상황에서 YCC를 소폭 수정한 것으로는 긴축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죠. 때문에 BOJ 발표 직후 엔화 가치는 되레 떨어져 달러당 151엔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이면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와 YCC 정책을 해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NRI)는 BOJ가 내년 4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코노미스트가 가장 많다고 전했습니다.

우리가 미국의 통화 정책은 물론 일본의 통화 정책도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일본의 이러한 변화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낮은 금리에 실망해 일본 밖으로 향했던 일본의 막대한 민간 자금과 싼 엔화 금리로 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자금만 3조달러가 넘는 규모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일본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큰 폭으로 올리긴 어려운 상황이라 국내에 큰 충격을 직접적으로 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발생한 문제가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까지 금리 인상에 가세할 땐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Point.2]고금리 동거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마의 5%' 벽을 뚫고 튀어 올라 아시아 금융 시장을 강타했습니다. 세계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처음이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세계 중장기 자금 시장 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합니다. 가장 신용도가 좋은 국가에서 연 5%에 가까운 이자율에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은 커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릅니다. 투자 측면에서 ‘고금리 국채’의 매력이 커지기 때문에 주식시장엔 부담이 됩니다.

미국의 정책 금리와 시장 금리는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부터 기업의 대출금리, 주식·부동산 등 모든 자산 가격에 영향을 끼칩니다. 모든 키를 쥔 미국의 금리 향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머니랩이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애널리스트를 심층 인터뷰해 ‘미 국채 쇼크’의 배경과 금리 전망, 그에 따른 투자법 등을 짚어봤습니다. 배 연구원은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이 ‘조만간 긴축 강도가 완화할 것’이라고 외칠 때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하라’고 주장한 채권 전문가입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을 채권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한 책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투자자의 관심이 큰 집값도 달라진 금리 환경에 맞춰 분석했습니다.

‘고금리 동거’ 예언한 전문가 “주식도 집값도 더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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