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레터 vol 37.

먹는 것에 진심인 감자 에디터가 전하는 제철 식재료 정보!

지난주에 낮이 가장 긴 절기, 하지가 있었어요. 여러분은 하지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저는 초여름, 엄마가 간식 삼아 쪄주던 포근포근한 ‘감자’가 떠오릅니다. 엄마 입에서 종종 ‘하지 감자’란 말도 들었고요. 실제로 감자는 하지를 전후로 수확하기 때문에 ‘하지감자’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해요.


Intro 감자 탐구 생활


감자의 별명이 ‘땅속의 사과’란 거 알고 있으세요? 비타민 B6, 비타민 C, 엽산, 마그네슘, 망간, 니아신, 인, 칼슘을 비롯한 여러 영양소와 미네랄이 들어있어요. 특히 비타민 C는 사과보다 3배나 더 많은데다가 전분이 비타민 C를 보호해줘 열을 가해도 덜 파괴된다고 해요. 그래서 감자를 요리해 먹어도 비타민 C를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어요.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감자 탐구 생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게요.


[1교시] 감자의 역사

“감자를 최초로 재배한 사람은 페루와 볼리비아의 잉카 인디언들로, 때는 무려 약 1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자는 내가 조사한 먹거리 중 가장 오래전부터 재배되어온 채소다.”

생태의학자 시어도어 C. 듀머스는 자신의 저서『내일은 못 먹을지도 몰라』에서 감자의 역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안데스 고원에서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감자는 1500년대 후반 스페인 선원들에 의해 유럽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1824년이라고 기록되어 있어요. 조선 시대 실학자인 이규경이 1850년에 지은 백과사전『오주연문장전산고』엔 순조 24년 ‘명천의 김 씨가 북쪽에서 들여왔다’라고 적혀있어요. 산삼을 캐러 몰래 국경을 넘어온 청나라 사람들이 산속에서 감자를 경작해 먹던 게 시초였습니다. 처음에는 북방에서 온 고구마란 뜻의 ‘북방감저’라고 부르던 것이 나중에 ‘북감저’ ‘하지감자’라고 부르게 됐어요.


[2교시] 요리별 추천 품종

감자는 품종에 따라서 모양도 다르고 맛과 용도가 다릅니다. 전분 함량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뉘죠. 전분 함량이 높은 것을 분질감자, 전분보다는 수분이 많은 점질감자로 불러요. 쪄 먹었을 때 포슬포슬한 식감을 가진 게 바로 분질감자예요. 남작·두백·하령 등의 품종이 대표적인데 특유의 단맛이 있죠. 감자탕이나 카레, 닭볶음탕에 잘 어울려요.

점질감자의 대표 품종은 수미와 대서가 있어요. 잘 부서지지 않고 쫀득쫀득한 식감이 특징이죠. 수미감자는 마트에서 흔히 보는 하얀 감자로, 어떤 요리에나 잘 어울려 ‘만능 감자’로 불려요. 찌개나 볶음용으로도 좋고, 찐 감자나 감자샐러드를 만들어도 잘 어울리죠. 여기서 한 가지 비밀을 알려드리자면, 수미는 감자칩 용으로는 맞지 않아요. 튀기면 색이 검게 변하거나 맛이 써지거든요. 모 과자 회사에서 색이 변하지 않는 특수한 방법을 개발했기 때문에 감자 칩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해요.

반면 대서는 주로 감자 칩이나 프렌치프라이용으로 안성맞춤이에요. 당이 적어서 튀겼을 때 색 변화가 적거든요. 그밖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흔히 먹는 알감자 용으로 재배하는 방울, 껍질이 불그스름한 서홍, 색깔 감자로 분리되는 자영과 홍영 등이 있어요.


[3교시] 감자 보관과 손질법

감자를 보관하다 보면 감자표면이 초록색으로 변하거나 싹이 돋아날 때가 있어요. 감자 싹에는 솔라닌이란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이 있어 먹으면 안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렇다면, 싹이 나지 않았으니 초록색으로 변한 부분은 안심하고 먹어도 될까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명쾌한 자료를 내놨어요. 감자의 싹은 도려내고 먹으면 솔라닌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해요. 대신 싹을 도려낼 때 눈 부분이 남지 않도록 깊게 도려내야 해요. 햇볕을 받아 초록색으로 변한 감자도 초록 부분을 잘라내고 먹어야해요.

감자는 기본적으로 햇볕이 들지 않으면서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해요. 8℃ 이상이 되면 싹이 나고, 영하 1℃ 이하가 되면 얼어요. 그래서 온도는 1~4℃ 사이로 유지하는 게 좋아요.


[점심시간] 조리팁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는 요리연구가 이미경 선생님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로 감자를 꼽습니다. 그래서 이미경 선생님에게, 감자 요리 노하우를 배워봤어요.

삶을 땐 소금

감자를 삶을 때 소금만 넣고 삶아보세요. 이때 껍질을 벗겨 넣으면 간이 잘 배죠. 설탕을 넣기도 하는데, 그러면 감자 본연의 맛이 가려지므로 피하는 게 좋아요. 제철인 햇감자는 소금을 넣지 않고 삶아도 충분히 맛있어요.

영양 보충엔 유제품

감자는 단백질이 풍부한 유제품과 궁합이 잘 맞아요. 외국에서는 삶은 감자를 으깨 만드는 매시드 포테이토에 꼭 우유를 넣어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앞으로 감자를 먹을 땐 요거트나 우유, 치즈와 함께 준비해보세요.

생선 조림엔 무 대신

여름 햇감자가 나오면 생선조림에 감자를 넣어요. 여름 무는 싱겁고 질감도 떨어지기 쉬운 데 반해 감자는 한창 제철이라 맛이 좋거든요.



제철 감자 요리

감자와 치즈의 환상적인 궁합, 프랑스 따띠플랫

“프랑스 알프스지방인 사보아에서 주로 먹는 가정식 요리로, 감자와 치즈가 만나 고소함이 극대화 된 맛이에요. 삶은 감자에 볶은 양파, 베이컨, 까망베르 치즈를 올려서 오븐에 구우면 돼서 만들기도 쉬워요.”

직접 해보니 : 포근포근한 식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분질감자 품종으로 만들었어요. 레시피 저자인 이승준 셰프님 추천대로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려요.


다크초콜릿 한 조각 넣은 일본 카레

“카레와 초콜릿이 이토록 잘 어울린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요리예요. 연하게 우려낸 육수에 간장과 맛술을 더해서 만들어서인지 깊은 풍미가 느껴져요.”

직접 해보니 : 정말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는데, 한번 맛보고 나서 입맛에 맞게 초콜릿 양은 조절하면 될 것 같아요. 남작·두백과 같은 분질감자 품종이 더 잘 어울려요.


바삭하고 고소한 감자 와플

“크루아상 대신 감자로 와플을 만들었더니 왠지 건강한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어요. 와플 팬에 구운 바삭한 감자와 아보카도와 새콤한 토마토소스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네요.”

직접 해보니 : 감자 크로플에는 쫄깃한 식감을 위해서 수미감자나 대서감자와 같은 점질감자가 잘 어울려요. 비건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정말 요긴하게 해먹을 수 있는 한 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