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냄새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온라인 패션플랫폼 1위 무신사에서 만든 인기있는 아이템으로만 옷을 입는 사람들을 비꼬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 말 때문에 옷 입을 때 괜히 생각이 많아졌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난1월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자고 나온 말인데 아직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것 보면 새삼 무신사 파워가 대단하다 싶더라고요. 

이번 브랜드 소개팅은 진짜 무신사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바로 '무신사 스튜디오'인데요. 무신사가 운영하는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여길 거쳐간 브랜드는 셀 수도 없어요. 안다르, 엘무드, 엠엠지엘 등이 이곳에서 탄생했습니다. 무신사는 이 스튜디오를 통해 무엇을 하려는 걸까요? 


패션에 대한 열정만 갖고 오세요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 사무실 전경. 사진 정세희 기자

이달 15일 오후 제가 방문한 곳은 오는 6월 개점 5주년을 맞는 무신사 스튜디오 1호점 동대문입니다. 2018년 문을 연 동대문점을 시작으로 2022년 한남1호점, 성수점을, 올해 한남2호점과 신당점까지 총 다섯개 지점이 생길만큼 확장했어요. 

스튜디오에 들어가자마자 유리창으로 된 ‘워크룸’이라고 쓰인 곳이 보였는데요. 큰 작업 테이블 위에서 디자인한 옷들을 검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옷걸이에 걸려진 옷들은 얼핏 봐도 멋스러워서 눈을 떼지 못했어요. 동대문점의 경우 2200평 공간에 약 900명의 입주사가 들어와있다고 합니다.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에 입점한 원단 업체. 사진 정세희 기자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에 입점한 패턴 업체. 사진 정세희 기자

무신사 스튜디오의 가장 큰 장점은 패션업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스튜디오 내에 원단, 패턴, 라벨링 해주는 곳이 있어서 절차마다 업체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스튜디오 입주사 대부분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1,2년차 스몰 브랜드가 많은데, 대규모 원단을 구매하는 부담을 헤아려 소규모 원단, 라벨링을 판매한다고 해요. 훈훈하죠?

그 밖에도 깨알 같지만 패션업 종사자들만 아는 매력 포인트가 많대요. 사무실 내부에는 마네킹, 원단, 소품들이 가득했는데 이를 보관할 선반이 설치돼 있고요. 마음껏 패션 잡지를 볼 수 있는 공간과 미싱질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죠. 디자인한 옷을 쉽게 입어볼 수 있도록 탈의실도 별도로 있더라고요. 지하에는 옷을 촬영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어요. 패션업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공통의 관심사가 모이니 벌어진 일 

쿠키시 X 호쿠스포쿠스’ 팝업 스토어 모습. 사진 무신사

무신사 스튜디오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협업 사례가 있어요. 지난 3월 여성 패션 브랜드 ‘쿠키시 X 호쿠스포쿠스’ 팝업 스토어를 연 건데요. 

지난 2021년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에 입주한 두 브랜드는 이곳의 기업 간 네트워킹 프로그램에서 만나 가까워졌다고 해요. 밥을 먹다가 커피를 마시다가 평소 나눴던 아이디어를 그대로 팝업 컨셉으로 잡아 업사이클링 상품을 전시했다고 합니다. 

옷을 제작하고 남은 조각 원단과 상품화되기 어려운 샘플 제품을 활용해 만든 못난이 인형과 티슈 케이스를‘호키시(HOKEESEE)’라는 브랜드로 선보였죠. 

이제 막 시작한 스몰 브랜드 입장에서 오프라인에서 직접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다는 건 꿈만 같은 일이라고 해요. 

“온라인 기반이다보니 고객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거든요. 설명도 하고 싶고 반응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항상 아쉬웠어요. 직접 고객을 만날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황순지 호쿠스포쿠스 대표)

반응도 좋았습니다. 팝업 한달만에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고, 29cm 등 다른 플랫폼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에서도 입점 제안이 왔습니다. 

직접 소비자들과 만나고 싶어하는 브랜드의 니즈를 반영해, 무신사는 앞으로 다양한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팝업을 열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하겠죠? 최근 무신사가 부동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도 결국 오프라인에서 브랜드와 소비자와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넓히기 위함으로 해석돼요.


패션 인큐베이팅, 무신사에 남는 것

참, 다른 공유 오피스에 없는 존재가 있었는데요. 바로 '매니저'였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사무실 관리만 하는 게 아니라 입주한 사람들의 성향과 취향 등을 파악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하거나, 그들의 애로사항을 무신사 측에 전달하기도 하는 일을 해요.

이제 막 패션 사업을 시작하는 브랜드에게 매니저는 고민과 비전에 대해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고마운 창구라고 해요. 마을 이장같기도 하고 아파트 부녀회장 같기도 한 이들 덕분에 이곳이 단순한 비즈니스 공간이 아니라 패션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하나의 마을이 됐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였죠. 

매니저들과 입주 브랜드 간의 단단한 정서적 유대는 무신사가 오래전부터 추구해온 정체성과 통해요. 무신사는 창업 초기부터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꿈꿨거든요. 그들이 성공해야 무신사도 성공한다는 상생 철학이 깊게 자리잡고 있죠.

이날 만난 임연수 매니저 역시 무신사 스튜디오는 공간 대여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성장을 지원하는 곳이라고 강조했어요. "더 많은 사람이 입주하게 함으로써 돈을 벌려고 했으면 사무실을 더 촘촘히 나눴을 거예요. 하지만 보다시피 무신사 스튜디오는 공간도, 책상도 널널하게 짰어요. 작업이 잘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


마무리

애초에 무신사가 지향했던 그들의 냄새는 무색무취가 아닐까요. 무신사는 자체 상품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내 개성있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탄생했고, 그들의 성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커왔으니까요. 

그래서 패션 비즈니스를 돕는 무신사 스튜디오도 만들고, 패션 장학생도 뽑고, 글로벌 진출을 돕는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거고요. 이렇게 상생을 중요시 여기는 무신사에게 무신사 냄새라는 말은 꽤나 아팠을 겁니다. 만약 무신사 플랫폼 냄새가 너무 강해서 입점 브랜드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이는 무신사스럽지 못하다는 거니까요. 소비자도 등을 돌릴 겁니다. 

이번 무신사 냄새 논란이 무신사에게는 브랜드 인큐베이팅에 보다 신경을 써달라는 따끔한 충고가 됐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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