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3 미국 사로잡은 조선 여자들 ‘파친코’ 윤여정·김민하·정인지·정은채·김영옥

2022-04-3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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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언니 | 인스타그램 (@sister_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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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이었어요. 보트를 타고 왔어요.”(이홍달)
“11살에 오사카에 와서 13살에 일을 시작했어요.”(추남순)
“아직 어릴 때였고, 전쟁 중이었어요. 헌병이 와서 머리가 긴 사람들의 뒷머리를 잡아서 끌고 다니는 걸 봤어요.”(김용례)
“운이 좋아서 먹을만한 양배추가 있었는데 그게 천황의 소유라며 달라고 요구했어요. 우리 건 하나도 없었어요.”(강분도)
“완전히 혼자였어요. 울고 또 울었어요.”(류축남)

지난 29일 애플TV+가 공개한 ‘파친코’ 시즌1 최종회(에피소드8) 마지막엔 지금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선자’들의 인터뷰가 뭉클함을 자아냈습니다. 자이니치(在日·재일조선인) 4대 가족사를 그린 이 드라마 주인공 선자(윤여정)처럼 일제강점기 일본에 건너온 자이니치 할머니들이죠. 어릴 적 일제의 고초 속에 일본어를 못해 고생한 세월을 지나 이젠 다들 90~100세. 지난날을 일본어로 담담히 돌이키면서도 ‘우리나라’ ‘할머니’ ‘며느리’ ‘손주들’ 같은 한국말을 잊지 않고 썼습니다.

“슬픔 속에서 커서인지 남한테 친절하기 힘들다”는 추남순 할머니는 그럼에도 “제가 선택하고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했죠. 백발 성성한 그 주름진 얼굴 위로 사랑을 잃고도 굳셌던 젊은 선자(김민하)가, 하숙집을 하며 홀로 선자를 키워낸 엄마 양진(정인지)의 장면들이 스쳐 가더군요. 동서 선자와 자매처럼 손 꼭 잡고 모진 시절을 버틴 평양 양반가 출신 이경희(정은채)의 장면도 교차 편집돼 나왔죠.

“200만명 이상이 한국인이 식민지배 때 일본으로 이주했다. 그중 약 80만명은 일본에 의해 노동자로 끌려갔다. 대부분은 2차 대전이 끝난 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약 60만명은 일본에 남았다”는 자막에 이어서입니다. 재미교포인 공동 총괄 프로듀서 테레사 강 로우가 지난달 18일 간담회에서 “모든 가정마다 저마다의 선자가 존재한다”고 밝힌 제작의도는 그런 ‘선자’들의 현재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빛을 더했습니다.

공동 연출한 코고나다·저스틴 전 감독을 비롯해 재일교포 제작진이 뭉친 이 드라마는 미국 애플사가 제작비 10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미국 대작 드라마로는 드물게 한일 역사를 상세히 다뤘죠. 배우 김영옥이 선자 고향 언니로 출연한 5화는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을, 이민호가 맡은 친일파 한수의 과거를 담은 7화에선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의 조선인 대학살 사건을 재조명합니다.

비평 전문 사이트 로튼토마토 외신 평가가 100% 만점에 98%를 기록한 가운데 애플TV+는 30일 ‘파친코’ 시즌2 제작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원작 소설 일부를 담은 시즌1에 이어 나머지 부분을 후속 시즌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시즌1처럼 역시 한국어?일본어?영어 3개국어가 사용된다. ‘파친코’ 기획자이자 각본가, 공동 총괄 프로듀서인 수 휴는 “이 끈끈한 생명력을 지닌 가족의 특별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프로젝트를 신뢰하고 지지해 준 Apple과 미디어 레즈(제작사), 그리고 우리를 응원해 준 열정적인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면서 “놀라운 배우들”에게 시즌2 확정의 영광을 돌렸습니다. 30일 중앙일보 팟캐스트 ‘배우 언니’가 ‘파친코’ 속 역사가 된 여성 배우들을 조명했습니다. ‘여자판 ‘대부’’로 정평이 난 ‘파친코’ 속 조선 여인들은 어떻게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청자를 사로잡았을까요.

대하 드라마 ‘토지’를 연상시키면서도 미국 드라마의 색채가 배어나는 ‘파친코’ 여성 배우들의 명장면과 뒷이야기,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와 함께 나눈 ‘배우 언니’ 이번 ‘파친코’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부분 찾아듣기]
2:33 영다언니를 소개합니다
6:12 애플 너희가 한국 역사를 알아? 팔짱끼고 본 원작 소설팬 팔짱 풀게 만든 드라마 ‘파친코’
9:52 소설에 없던 이 장면, ‘파친코’가 그리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2:16 원작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배우들
14:27 임신한 아이 아빠(이민호) 유부남 고백에 응시만으로 장면 압도한 16세 선자 ①김민하
20:04 ‘파친코’ 가모장의 롤모델 선자 엄마 양진, 무대 베테랑 ②정인지
23:40 캐스팅 듣자마자 ‘아, 경희다!’ 안개꽃 같은 조선인 양반부인 ③정은채
26:40 일본군 위안부 비극 알린 전설들, ④김영옥(1937년생)과 윤여정(47년생)
30:10 귀로 듣는 ‘파친코’ 명장면 둘
33:10 ‘파친코’, 왜 대하 드라마 ‘토지’ 떠오를까?
34:39 미드 같다는 반응 나오는 이유
38:33 ‘파친코’와 ‘대부2’
40:50 ‘파친코’ 시즌1 최종편 8화의 특별한 엔딩
42:01 ※e메일로 배달되는 배우 언니 특별 공지※
42:35 여성의 시선으로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