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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사회 갇힌 한국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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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9 05:00

'재렉스' 빠진 유예세대 "아껴야 잘산다? 아끼지 말고 잘살자"

한국의 유예 세대(Delayed Generation) 청년들은 취업·결혼 등 인생 시계는 늦추고 있지만 재테크와 소비, 생활 측면에선 이전 세대보다 훨씬 빠른 특징을 보인다. 대학생 투자자인 강씨처럼 부모 세대는 빠른 취업→ 저축→ 내 집 마련→ 노후준비라는 대부분이 똑같은 공식을 따랐다면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자기 주도형(Self-Paced)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1987~2001년생 25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대학생 때부터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등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동시에 적극적·합리적 소비로 현재의 가치와 행복을 추구하는 ‘재렉스(재테크+플렉스)’ 현상을 보였다.

"3년 투자 땐 30년간 억대연봉"…취업·결혼 이래서 미룬다

수도권 4년제 대학 경제학을 전공한 최은영(28)씨는 필수학점을 모두 이수했지만 졸업은 3년째 미루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앙일보가 심층 인터뷰한 ‘유예 세대(Delayed Generation)’ 25명은 대학 졸업과 취업·결혼·출산 등 인생 시간표를 미룬 이유에 대해 "미래의 고소득이나 안정적 직장, 경력 관리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들이 유예한 건 대학 졸업(16명)이 가장 많았고, 취업(14명), 결혼(10명)이 뒤를 이었다.

"12억 집 물려받아"vs"내가 집안 일으켜야"…엇갈린 유예세대

김씨는 "만약 바로 생활비를 벌어야 할 처지였다면 대학 편입, 자격증 공부와 스펙 쌓기는 포기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공사장과 함바집에서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며 가정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에 연봉을 많은 대기업만 노렸다"며 "하지만 원하는 회사엔 취업을 못하고 시간만 낭비한 것 같아 졸업을 미룬 것을 조금 후회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심층 인터뷰한 25명은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자기 미래를 위한 투자형과 ▶경제적 여건에 따른 의무형으로 크게 나뉘었다.

64년생 vs 93년생 인생시간표, 취업·결혼 4년씩 더 밀렸다

1964년생 황무학(60)씨는 대학 진학부터 졸업·취업·결혼·출산 등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을 거침없이 지났다. 이들은 부모 세대에 비해 취업·결혼·출산 등을 늦추거나 포기하고, 경제활동이 늦어진 만큼 실질소득과 자산은 줄었다. 취업과 결혼·출산 등이 더는 인생의 필수 과업이 아니라는 취지다.

90대 노모-30대 아들 다 부양하는 5060…'낀세대'는 쉴 수 없다

대학교 2·4학년 두 아들의 학비를 대면서 고령의 어머니(99)도 부양하려면 일을 그만둘 수 없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낀 세대’인 이들은 은퇴를 준비하는 동시에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부담을 동시에 짊어져야해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베이비부머 세대 노후준비’ 조사에 따르면, 이른바 ‘2차 베이비부머(50~60세)’ 직장인 80%가 가족을 부양하고 있고, 이중 상당수는 부모를 부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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