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전용 궁금하지만 물어볼 데 없는 양육 노하우

뱃속부터 디지털, 알파세대를 위한 스크린 사용법

  • “어릴 때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면 산만해지나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가 생길 수도 있고요?”


    이런 걱정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국내외 소아청소년과·소아정신과 협회는 어린 아이의 미디어 사용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 장시간 미디어에 노출될 경우 부모와의 질 높은 상호작용 시간을 줄이고, 뇌 발달을 저해한다는 우려 때문인데요. 


    하지만 엄격한 미디어 통제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분야 권위자인 소니아 리빙스턴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는 “스크린 타임에 집착하면 어린이가 디지털 환경에서 학습·놀이·생존할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실제 디지털 미디어를 올바르게 활용하면 집중력과 학습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요. 최근 몇 년 새 팬데믹의 영향으로 디지털의 역할이 커지면서 이런 주장은 힘을 얻는 추세입니다. 


    그렇다고 디지털 미디어에 아이들을 무작정 노출해선 안됩니다. 순기능을 역설하는 쪽에서도 “무분별하게 접근하느니 접하지 않는 게 낫다”고 하니까요. “책을 고르고 읽을 때 시간과 에너지를 쓰듯 디지털 미디어 역시 그래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디어에 노출해야 할까요? hello! Parents(헬로! 페어런츠)가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KATOM)와 함께 미디어 노출에 대한 가이드를 제안합니다. KATOM는 “모든 걸 미디어 탓으로 돌려선 안된다”며 “사용 원칙부터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미디어 리터러시 가이드는 총 3회로 스크린(동영상)으로 시작해 스마트폰, 게임으로 이어집니다. 

    < 도움 및 감수 >

    · 김광희 경기 서촌초 교사(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운영위원)

    · 박유신 서울 석관초 교사(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회장)  

    · 이우영 안산 양지초 교사(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운영위원) 

  • 소아정신과에서는 생후 36개월까진 뇌가 급변하는 시기로 봅니다. 이때는 양육자와의 대면 의사소통과 도구를 이용한 놀이를 하면서 뇌 발달이 이뤄지죠. 화면 전환이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뇌 발달에 방해가 된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도 못하기도 하고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후 12개월까지는 어떤 스크린에도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는 18개월까지 영상 통화 정도는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고요. 24개월 무렵엔 양육자와 함께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시청해도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KATOM 측은 “연령으로 영상 시청 기준을 나누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게 세계적 추세”라면서도 “발달 특성상 18개월 미만의 유아에게는 스크린을 제한하는 게 좋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다만 18개월 이후부턴 스크린 타임 자체 보다는 미디어를 어떻게 교육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4개월 이하의 아이를 스크린에 노출할 땐 다음과 같은 원칙을 염두에 두세요. 

    ①영상은 가급적 보여주지 마세요. 

    영상 대신 사운드북이나 세이펜 등의 도구를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②부득이한 상황에선 목적을 설명한 뒤 짧게 보여줍니다. 

    아이가 어려 설명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 단정 짓지 마세요. 다만 아이의 짜증을 멈추기 위해 습관적으로 영상을 보여주는 건 금물입니다. 


    ③화상 통화를 할 땐 현실과 화면이 다르다는 걸 인지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속 아빠는 지금 우리 옆에 있는 게 아니야. 출장 때문에 지방에 계신데, 영상 통화로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라는 식으로 말해주는 겁니다. 

  • 양육자의 판단에 따라 교육 목적으로 영상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크린 노출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양육자가 많은데요, 노출 시간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게 KATOM 측 의견입니다. 영상을 교육적 도구로 활용할 땐 스크린 타임에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네요. 


    다만 양질의 교육 영상이라도 단순히 보는 데서 그치지 마세요. 영상 내용을 토대로 양육자와 아이가 상호작용하면서 또 다른 활동으로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영상에 자동차가 나왔다면 자동차를 주제로 한 책을 읽어주세요. 자동차 장난감을 갖고 놀이를 하다가 자동차 전시장을 방문해보기도 하고요. 


    취학 여부에 상관 없이 영상 시청에 대한 지침은 큰 틀에서 동일합니다. 다만 의사소통에 능숙해지는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면 미디어 시청 원칙을 세우고 지킬 수 있도록 지도하세요. 스스로 보고 싶은 영상을 선택한 뒤 콘텐트를 비판적 시각으로 보게 하는 겁니다. ‘이 콘텐트는 누가 만들었을까?’ ‘왜 만들었다고 생각해?’라고 질문하는 식인데요.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봐야 할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판단하는 눈이 길러집니다. 


    이 연령대의 아이에게 스크린을 보여준다면 아래와 같은 원칙을 갖고 노출하세요. 

    ①함께 봅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함께 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처음엔 같이 시청하다가 나중엔 점검만 해도 됩니다. 유튜브나 스마트폰 설정을 통해 시청 기록도 확인하세요. 


    ②관련 내용을 질문합니다.

    “어떤 내용이야?” “누가 나와?” “무슨 일이 벌어졌어?” 등 영상 속 인물과 사건에 대해 물어보세요. 


    ③영상 내용을 일상과 연관 짓습니다. 

    아이가 놀이나 책 등으로 배운 내용을 영상으로 확인시켜주는 겁니다. 영상으로 새롭게 접한 내용은 놀이나 책으로 확장하고요. 영상에 나온 장면을 구현해볼 수도 있겠죠. 실제로 그 공간을 방문하는 등의 방법으로요. 

  • 어떤 콘텐트가 양질인지 아닌지 헛갈리는 경험, 해보셨을 텐데요. 되도록 텔레비전 혹은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Over The 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이용해 보여주세요. 다방면의 검증을 거친 콘텐트거든요. 유튜브는 키즈 전용 채널일지라도 되도록 보여주지 말라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KATOM 측은 “유튜브는 개인이 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품질이 좋지 않은 편”이라며 “아동문학계에서 퇴출된 가부장적 옛날 동화를 소재로 만든 영상도 허다하다”고 했습니다. 또 “OTT와 유튜브 등을 꼭 로그인한 상태로 시청하게 해야 한다”며 “의도하지 않은 영상으로 넘어가는 걸 막고, 알고리즘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양질의 콘텐트를 선별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①누가 만들었나, 공신력 있는 플랫폼인가

    유튜브는 키즈 채널일지라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이나 넷플릭스 키즈, 디즈니 플러스 등 심의를 거치는 검증된 플랫폼의 프로그램을 보여주세요. 영상 내용 뿐 아니라 시각적 표현과 미적 품질도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거든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면 전문가나 공신력 있는 기관이 만든 것인지 확인하세요. 


    ②어린이를 어떻게 그리나

    어른이 아이를 희화화하거나, 남녀의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영상은 피해야 합니다. 아이를 어른처럼 묘사하며 성적 대상화를 유도하는 채널도 많거든요. 어린이답게 건강하고 주체적으로 그리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③소비를 유도하고 있진 않은가 

    어린이를 꾀어 장난감 등을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영상이 많습니다. 소비를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영상은 피해야 합니다. 


    ④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인가

    영상에 나오는 내용을 일상과 연결 지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단지 영상을 시청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활동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⑤아이 수준에 맞는 놀이를 소개하는가 

    아이 연령에 맞는 콘텐트인지, 영상에 나온 장면을 놀이로 구현할 수 있는지 알아보세요. 어린이 수준에 맞지 않는 놀이를 소개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유도하는 영상도 많습니다. 


    ⑥시민적 가치에 기반하고 있는가 

    모든 사회 구성원을 평등하게 그리는지, 시민적 가치에 반하는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내용을 담고 있진 않은지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 영상을 더 보겠다고 떼쓰는 아이를 제지하느라 지친다고요? 영상을 보여주기 전 꼭 규칙을 정하세요. 아이의 눈 건강이나 자세 등도 고려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①규칙을 정합니다. 

    어떤 영상을 얼마나 볼지를 미리 정합니다. 이때 아이가 규칙을 지켰을 때 얻는 보상도 함께 알려주세요. 아이의 자기조절력을 높일 수 있거든요. 밥 먹을 때나 잠들기 1시간 이내에 영상 시청은 금하는 게 좋습니다. 


    ②영상 시청이 과도하게 길어지는 환경을 만들지 않습니다. 

    우선 짧은 에피소드를 하나씩 골라볼 수 있는 주문형 텔레비전 방송을 추천합니다. 아이에게는 에피소드 몇 개를 보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중간중간 얼마나 봤다고 환기해주는 게 효과적이에요. 태블릿PC 등 기기의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보여주는 것도 불필요한 갈등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③스마트폰보단 태블릿PC를 이용합니다. 

    태블릿PC은 화면이 커 눈에 피로감을 덜 줍니다. 또 책상에 세워두기 편해 장시간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어요. 

  • 아무리 원칙을 정해도 혼란스러운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양육자들이 아이 영상 시청을 두고 흔히 맞닥뜨리는 상황과 대처법을 정리해봤습니다. 

    Q1) 식당이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보채면 임시방편으로 영상을 보여주게 돼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도 외출하면 자연스럽게 동영상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요. 

    A1)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것에 너무 죄책감 갖지 마세요. 아이가 영상을 보는 사이 양육자가 한숨 돌리는 게 뭐 나쁜가요? 그렇게 해도 됩니다. 아이 입장에선 밖에 나오면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없으니 불편하고 답답하겠죠? 양육자가 배려하는 차원에서 영상을 제공하는 거라고 아이를 이해시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다만 보상 수단으로 미디어를 이용하지 마세요. 이건 미디어뿐 아니라 과자나 장난감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특정 상황에서 미디어를 요구하는 게 미디어 탓이 아니라는 말인데요. 양육자와 아이 사이 관계 형성에 문제가 있는 거죠. 자꾸 미디어에 책임을 돌리다 보면 근본적인 문제가 가려지게 됩니다. 


    Q2) 집에서 아이와 둘이 있을 때 가사 등을 하기 위해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는데 괜찮나요? 

    A2)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스크린 타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스크린 타임은 크게 의미 없다는 연구 결과가 정말 많습니다. 얼마나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건데요. 스크린 타임이 중요하진 않지만, 그래도 걱정된다면 우리 아이가 하루에 영상을 얼마나 시청하는지 체크를 해보세요. 만약 하루에 총 2시간 정도 본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1시간만 보자고 아이와 이야기 하는 식으로 스크린 노출 양을 조절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물리적 시간을 따지기 보단 아이가 본 영상을 어떻게 놀이 등의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아이가 버스를 소재로 한 동요를 좋아한다고 가정해볼게요. 그럼 버스 관련 영상을 검색해 아이에게 보고 싶은 걸 선택하게 하는 거예요. 이후엔 버스 장난감을 갖고 놀고, 버스에 대한 책을 읽고, 직접 버스도 타보는 식으로 활동을 계속 확장하는 거죠. 


    Q3) 영상을 통해 학습 효과를 얻고 있는데요, 반면 책에 대한 흥미는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A3)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게 미디어 때문이라고 보긴 힘들 것 같아요. 과거에 지금처럼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도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 많았거든요. 지금처럼 미디어가 풍족한 시대에선 문자가 모든 학습의 통로가 아니라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문자 중심의 문해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미디어를 활용해 학습 능력 등을 효과적으로 기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책과 친해지게 하고 싶다면 미디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아이가 어떤 주제의 영상에 관심이 있는지 등을 유심히 살핀 뒤 관련 책을 권해보는 거예요. 학습의 도구로써 영상과 책이 주는 정보는 확연히 다르잖아요. 아이가 화산이 터지는 영상을 보고 신기해 했다면, 화산에 대해 더 알아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거죠. 요즘엔 미디어와 연계한 어린이용 책도 많이 나와요. 책인데 QR코드를 찍으면 소리만 들려주거나 영상으로 보여주는 건데요. 스토리 라인은 동일하지만 책과 영상이 조명하는 부분은 각각 다르기도 하고요. 영상은 시각적 요소를 부각한다면 책은 인물의 심리를 상세하게 보여주는 식으로요. 

    Q4) 어린이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이 많잖아요. 유희적 콘텐트라고 봐야 하나요? 교육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지 헷갈립니다. 

    A4) 분명하게 답해드릴게요. 명백한 유희적 콘텐트입니다. 어린이(만 3~9세)가 가장 많이 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장난감을 다루는 콘텐트인데요. 기존 광고와 달리 인플루언서는 관계적으로 다가가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우선 특정 채널은 노출되지 않도록 차단하면서 알고리즘을 관리하세요. 

    그럼에도 아이가 우연히 이런 콘텐트를 접하게 된다면 질문을 던져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해야 합니다. ‘이 콘텐트는 누가 만들었을까?’ ‘왜 만들었다고 생각해?’ ‘이걸 만든 사람은 보는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길 바랄까?’ ‘바라는 행동을 하게 하기 위해 어떤 방법(장면, 소리, 소품)을 썼을까?’ ‘여기서 어떤 정보는 자세히 말해주고, 어떤 정보는 말하지 않고 있을까?’ 등 콘텐트와 거리를 두고 생각하게 하는 거죠. 이후에 같이 댓글도 읽고요. 여력이 되면 관련 장난감을 검색해 리뷰도 살펴보고요. 

    이런 대화가 가능하지 않은 어린 아이라면 “이 영상은 이런 이유로 나쁜 거니까 보면 안 돼”라고 한 뒤 못보게 하는 게 좋습니다. 유튜브의 유아용 콘텐트 중 사실 어린이에게 적합하지 않은 게 많아요. 영상물등급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같은 곳의 심의를 받지도 않고요. 내 아이를 위한 콘텐트를 분별하기 위해서라도 양육자가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리터러시를 기르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Q5) 퇴근 후 마음 편히 텔레비전이나 유튜브를 보고 싶어요. 그런데 이런 모습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봐 신경 쓰입니다. 

    A5) 부모의 미디어 이용 습관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우니 힘들어도 참을 필요가 있습니다. 양육자와 아이가 함께 미디어 원칙을 세웠다면, 양육자 역시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합니다. 만약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아이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