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기적의 ‘섬 세이브’, 54세 억척 사내의 실력이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5.22

“7년간 여기서 경기위원을 하면서 개울 앞 그 작은 섬에 공 올라간 걸 본 적이 없어.”
“1000번에 한 번도 그런 일은 없을 거야.”

19일 밤 제주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KPGA 경기위원(심판) 몇 명이 앉아 최경주의 SK텔레콤 오픈 연장전의 이른바 ‘섬 세이브’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최경주가 억수로 운이 좋다는 뜻이다.
SK텔레콤 장지탁 스포츠기획팀장은 “대회 때문에 핀크스 골프장에 수도 없이 와봤지만, 저 자리에 저런 섬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없던 섬이 생긴 것 같았다”고 했다.
최경주와 연장전을 치러 패한 박상현은 눈이 벌겠다. 경기위원 말대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생겨 패한 충격 때문인 듯했다. 박상현은 “최경주 드라마에 한몫했으니 대회 주최사인 SK텔레콤으로부터 감사패 같은 거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
최경주도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 샷을 치자마자 볼이 물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그 볼이 그 아일랜드에 올라간 건 신의 뜻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고 했다.
웨지도 아니고 우드로 친 공이 그 좁은 땅에 살포시 놓여 있는 건 최경주 말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도 연장전에서 그랬으니 역대 최고 운 좋은 우승 톱5에 꼽힐 것이다.

최경주의 볼이 올라간 개울 안의 작은 섬. 성호준 기자

최경주의 볼이 올라간 개울 안의 작은 섬. 성호준 기자

이게 정말 운일까

최경주는 한국시간 월요일 미국에서 대회를 마치고 화요일 새벽 입국했다. 비행기를 갈아타고 제주도에 내려와 프로암 경기를 했다. 수요일은 SK텔레콤의 채리티 이벤트 방송 촬영을 했다. 그리고 목요일 경기를 시작했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 4라운드 내내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다른 인터뷰도 많았다.

지구 반대편을 오가며 대회를 치르는 건 쉬운 게 아니다. PGA 투어에서 ‘아이언맨’으로 불리는 체력 좋은 26세 임성재는 올해 한국에서 뛰고 다음 주 미국 대회에 나가려다 감기몸살로 기권했다. 지난해엔 한국 경기 후 미국 가자마자 친 대회 첫 라운드에서 80타를 쳤다.

나이는 속일 수 없다. 이번 대회 최경주의 평균 거리는 257야드로 거의 꼴찌였다. 1, 2라운드 장타를 치는 동반자들과 50야드씩 차이가 났다. 3라운드 함께 경기한 박상현은 “이전보다 거리가 많이 줄어 마음이 좀 싸하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