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구리 전쟁 덮친다” 전기차 시대에 뜻밖의 전망 [‘물질의 세계’ 저자 인터뷰②]

  • 카드 발행 일시2024.05.13

📈글로벌 머니가 만난 전문가 

프롤로그

산업혁명이 프랑스나 독일이 아닌 섬나라 영국에서 일어난 이유가 종교보다 과학기술을 우선시한 영국인의 특징 때문이라는 해석이 한때 유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값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석탄 때문에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가능했다는 설명이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지적 흐름의 연장선인 듯, 2023년 『물질의 세계: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Material World A Substantial Story of Our Past and Future )』란 책이 나왔습니다.

최근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은이 에드 콘웨이가 모래와 소금, 철, 석유, 구리, 리튬 등 여섯 가지 자원으로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게 너무 놀랍다”며 “『물질의 세계』가 21세기 현재 글로벌 경제 흐름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글로벌 머니는 지은이인 에드 콘웨이 영국 스카이뉴스 경제 에디터를 ‘저자 직강’ 차원에서 화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풍부해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① 흔한 물질, 그러나 놀라운 비밀
② 6대 물질 속에 숨겨진 돈과 패권

영국 스카이뉴스 에드 콘웨이 경제 에디터. 본인 제공

영국 스카이뉴스 에드 콘웨이 경제 에디터. 본인 제공

『물질의 세계』엔  ‘이런 사실도 있었어?’라고 되물을 만한 스토리가 가득하다. 일반 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먼 곳의 광산 풍경과 채굴 기법, 중세 이후 과학자들의 에피소드 등 어디 가서 아는 체하기 딱 좋은 재료가 차고 넘친다.

단점도 엿보인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환원주의(Reductionism) 흔적’이다. 복잡한 경제 현상을 자원 여섯 가지만을 바탕으로 단순하게 설명하려는 오류다.

그럼에도 『물질의 세계』는 인류 기술이 아무리 디지털화해도 변치 않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이제는 한물간 에너지원인 석탄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고 했는데, 원유를 다룬 장 말고 어디인가.
반도체를 다루는 장에도 석탄이 등장한다. 모래에서 실리콘 칩이나 태양광 패널을 만들 때도 석탄이 요긴하다. 실리콘 덩어리를 고로에 넣고 녹이는 데 석탄이 들어간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첨단 장비나 부품을 만드는 첫 번째 단계는 불을 지펴 무엇인가를 녹이는 고로에서 시작된다.
인류가 철을 이용한 지 2000년 이상 됐다. 아직도 철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제는 대체 물질을 찾아야 할 듯한데.
이론적으로 말해 일부 빌딩이 철이 아닌 다른 소재를 활용해 지어질 수 있다. 나무와 유리섬유, 카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카본 등은 철보다 가볍고 강하다. 그런데 자원이나 재료를 이야기할 때 강성을 주목해서는 안 된다. 실험실에서 철보다 가볍고 강한 재료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양이 필수다. 철만큼 많은 양으로 대체 재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철은 오랜 기간 대량으로 사용 가능한 물질이다.

자원은 지구상에 골고루 퍼져 있지 않다. 원유는 20~30여 개 나라에 70% 이상이 매장돼 있다. 그 바람에 자원은 곧 국제정치 핫 이슈가 되곤 한다. 심지어 몇몇 전문가는 국제질서가 자원을 중심으로 편성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다.

여섯 가지 재료 가운데 원유만큼 국제정치에서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아주 좋은 질문이다. 우선 리튬을 들 수 있다. 현재 칠레와 호주가 리튬의 주요 산지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 리튬이 개발되고 있다. 배터리 제조용 리튬 수요가 늘면서 각국이 리튬을 찾아 나선 탓이다. 산지가 분산되면 무기화 가능성이 작아진다. 그런데, 자원이 무기가 되기 위한 조건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 네바다주 리튬 개발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네바다주 리튬 개발지.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