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이 쓰고 임윤찬이 쳤다, 청중 혼 빼는 어린 천재들

  • 카드 발행 일시2024.04.05

'젊다'보다는 '어리다'가 어울립니다. 이번에 만날 음악가들은 2006~2011년생이거든요.
음악 영재들의 약진이 심상치 않습니다. 뛰어난 음악성을 갖춘 영재들이 줄줄이 나타났습니다. 성숙하지만 어른 흉내를 내지는 않는 건데요. 클래식 음악계를 15년 넘게 취재해온 김호정 기자가 혜성같이 음악계에 나타난 3명을 콕 집어 소개해드립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금껏 연주한 작곡가 중 가장 어렸던 중학교 1학년의 음악과 이야기도 있답니다.

요즘 영재들의 수준 들어보기


🔹14세가 표현한 ‘악마의 춤’
🔹어른 흉내 없는 열 살의 경지
🔹임윤찬이 픽한 중1의 음악
 (feat. 엄마들 인터뷰)

💯부록: 음악만? 공부도 3년 올A!

2011년생 첼리스트 김정아. 영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를 했다. 사진 김정아

2011년생 첼리스트 김정아. 영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를 했다. 사진 김정아

2022년 이 학생은 주니어 바이올린 대회에 나갈 수 없는 나이였습니다. 아직 한 살이 모자랐죠. 14~17세가 자격 조건이었는데 만 13세였거든요. 주니어 대회가 2년 후에 다시 열리니 그때 출전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선택을 합니다. 같은 대회의 시니어 부문이 바로 다음 해에 열렸는데요, 막바로 거기에 출전 신청을 했습니다. 시니어 부문은 26세 미만이면 참가할 수 있었거든요.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기억합니다. “대회가 스위스에서 열리니 여행도 하고, 또 언니·오빠들은 어떻게 연주하는지 볼 겸 해서 참가해봤어요.”

자신의 실력을 잘 몰랐던 2008년생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은 2023년 이 성인 대회에서 우승해 버립니다. 전 세계에서 149명이 참가한 티보르 버르거 국제대회였습니다. 56년 대회 역사상 당연히 최연소(만 14세) 우승자였습니다.

최근 음악계에서 가장 놀라운 등장이었습니다. 우승 소식도 소식이지만, 그의 연주를 동영상으로 보면 더 놀라게 됩니다. 도대체 어떻게 연주를 했기에 세계 각국의 성인 연주자들을 제치고 우승했을까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들어보겠습니다.

〈9분27초부터 재생되는지 확인해보세요〉

김서현의 연주를 들어보면 그간 음악 영재의 표준처럼 여겨졌던 ‘빠르고 정확하게’ 이상의 무엇이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진심이 펄펄 끓어넘친다는 점입니다. 사실 음악의 매력은 이거면 됩니다.

14세가 그리는 악마의 춤

평소에는 조용하고 수줍어 ‘거의 존재감이 없다’고 할 정도라는 김서현은 무대에만 올라가면 끓는점을 넘습니다. 예를 들어 (당시) 14세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어떻게 음악으로 ‘악마’ ‘죽음’ 같은 것을 표현할 수 있었을까요? 어떤 경지를 상상하셨다면 다음 연주를 들어보십시요. 그  상상을 뛰어넘을 겁니다. 오페라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의 그로테스크한 춤을 그린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