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혼수상태’ 멕시코 교민, 죽기 직전 한국서 맞은 기적

  • 카드 발행 일시2024.04.04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뒤 화창한 봄볕을 쬐며 경사가 있을까말까 한 오르막길을 걸었다. 그녀는 “꿈만 같다. 예전에는 여기를 걷는 데도 숨이 찼다”고 말한다. 그녀는 “꿈만 같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
김충영(61)씨는 멕시코 교민이다. 코로나19로 죽음 직전까지 갔댜. 폐가 갑자기 망가졌고 인공호흡기·에크모 등 각종 의료장비에 의지해 에어앰뷸런스를 타고 24시간 지구 반대편의 고국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한 달여 대기 끝에 폐 이식을 받고 극적으로 살아났다.

극한 생존자: 멕시코 교민 김충영

지난달 27일 오전 11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카페. 김씨는 남편 정갑환(70)씨와 손을 잡고 들어섰다. 표정이 너무 밝고 화사했다. 사선을 넘나든 사람 같지 않았다. 약 3시간 김씨의 생환 스토리를 숨막히게 들었다. 시간 가는 줄도, 배고픈 줄도 모르고 집중했다.

2020년 6월 16일 코로나 확진

일러스트 DALL-E, 프롬프트 이경희

일러스트 DALL-E, 프롬프트 이경희

김씨는 충격에 빠졌다. 멕시코시티에서 같이 일하던 김씨의 동생(당시 54세·목사)이 코로나로 5일 만에 숨졌다. 장례식을 치르고 나자 코로나가 김씨를 덮쳤다. 멕시코의 최고 병원인 ABC병원에 입원했다. 폐가 하루 만에 급속도로 나빠졌다. 의료진은 목에 구멍을 내 인공호흡기를 연결했다. 김씨는 수면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 순간 그렇게 오래 무의식 상태에 빠질 줄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입원한 지 34일이 훌쩍 지났다.

7월 20일 “마음의 준비를”

오전 6시. 전화벨이 울렸다. ‘새벽에 웬 전화?’ 남편 정씨는 불안했다.
“환자에게 갑자기 패혈증 쇼크가 와서 위험합니다. 앞으로 6시간이 고비인데 다른 장기를 침범하면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패혈증 쇼크는 병원균이나 독소가 혈관으로 들어가 돌면서 심한 중독 증상이나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이날 오후 다시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폐의 섬유화(폐가 굳어져 기능을 못 하는 상태)가 100% 진행돼 도무지 가망이 없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다른 희망이 없나요?”
“없어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
“없어요.”

전화기 너머 무미건조하고 사무적인 대답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