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방 갈게” 의사의 결단…부모는 20살 딸에 폐 떼줬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4.11

장기를 떼준 사람이 숨지면 무기징역이라는데….

'폐 이식 명의' 박승일 서울아산병원 원장이 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폐 이식 명의' 박승일 서울아산병원 원장이 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50여 명의 의료진은 이런 걱정 앞에서 얼어붙었다. 2017년 10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폐동맥고혈압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오화진(당시 20세)씨를 살리기 위해 수차례 대책회의를 열었다. 심정지가 와서 심폐소생술(CPR)로 겨우 살려 놓았다. 다시 심장마비가 오면 소생 확률이 20%에 불과했다. 한 생명이 풍전등화 상태였다. 오씨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복수가 차서 배가 부풀어 올랐다. 황달이 심해 얼굴이 까맣게 변했다.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었다.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이 원인 모르게 두꺼워져 압력이 올라가는 병이다.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기 어려워지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심장과 폐가 망가져 급성심장마비가 온다.

유일한 소생책은 폐 이식. 그러나 뇌사자의 폐를 받으려면 1456일 기다려야 한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다 목숨을 잃을 게 뻔하다. 이 병원에서 그때까지 뇌사자 폐를 기다리던 68명 중 32명이 세상을 떴다.

유일한 길은 아버지와 어머니 폐를 딸(오화진씨)에게 이식하는 것. 그러나 생체 폐이식은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었다. 당시 장기이식법은 뇌사자의 폐만 이식 대상이었다. 어기면 최고 무기징역형이다. 수술팀의 일부는 생체 폐이식에서 빠지겠다고 했다. 성공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언론을 비롯해 각계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을 걸 염려했다. 심지어 ‘생체 실험을 했다’는 비난이 나올지도 몰랐다.

법보다 생명이 먼저 

박승일(65·현 서울아산병원장)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결단을 내렸다. 법보다 생명이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맙시다. 20세 여성이 숨이 차서 우리한테 살려달라고 왔는데, 환자만 생각해야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박 교수는 “책임은 수술한 내가 진다”고 설득했다. 빠지려던 의료진도 합류했다. 2017년 10월 21일 토요일, 아산병원 동관 3층 수술방 4개의 문이 열렸고 10시간 동안 50명의 수술팀은 마치 관현악단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한 팀은 오씨의 부와 모의 폐 일부를 떼서 다듬었다. 아버지의 오른쪽 폐 아랫부분(하엽)을, 어머니 왼쪽 폐의 아랫부분을 뗐다.

오화진씨 폐 이식 3D 설계도. 사진 서울아산병원

오화진씨 폐 이식 3D 설계도. 사진 서울아산병원